<기자수첩>화장실옆 한국관

 “앞으로 다시는 한국관에 참가하지 않겠습니다.”

 2002 세빗 전시회가 한창 열리고 있는 지난 15일 기자를 만난 한 업체 사장은 상담결과가 어떠냐는 질문에 불만부터 터뜨렸다.

 이번 세빗쇼에서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총 19개의 한국관을 마련했다. 지난해에 비해 한국관 참여업체 수와 부스 크기도 늘렸다. 그러나 대만관, 미국관, 홍콩관 등이 모두 중앙통로쪽에 자리잡았지만 한국관은 “화장실을 점령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화장실과 측면통로쪽에 집중돼 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또 다른 국가관들은 어느 전시장에서나 그 국가관을 알아볼 수 있도록 부스디자인을 통일한 반면 일부 한국관은 전체적인 디자인과 달리 설계되는 등 통일된 이미지를 알리는 데도 실패했다.

 세빗 전시회는 전세계 8000여 IT업체가 참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 크기의 부스가 27개나 되고 부속건물도 30여개가 넘는 등 엄청나다.

 1개의 전시장을 제대로 보기 위해 하루가 소요될 정도로 넓은 전시장에서 바이어들의 눈은 자연히 잘 꾸며진 부스, 규모있는 부스에 쏠리게 마련이다. 이렇다 보니 소위 좋은 길목을 차지하기 위한 업체들과 국가의 노력이 전시회 못지않게 치열하다.

 한국관에 입주한 한 업체 관계자는 “대만관의 경우 개막 5일전에 디스플레이와 전력 공급이 완료되는 등 준비가 착착 진행됐으나 한국관은 개막 바로 전날에야 전력이 공급됐다”며 전시 준비에 대한 소홀한 지원에도 분통을 터뜨렸다.

 독립부스를 마련해 참가한 국내업체 한 관계자는 “여러 전시회를 관람했으나 한국관의 위치는 항상 찾기 힘든 곳에 있었다”며 “첫 전시회 참가임에도 돈을 더 들여 독립부스로 나가기로 결정한 것이 다행”이라고 안도해했다.

 이번 세빗 전시회 전야제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인 스티브 발머와 슈뢰더 독일 총리는 한국 IT산업 발전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그들이 한국관이 있는 홀에 왔을 때 첫 눈에 한국관을 찾아볼 수 있었을까. 그들은 붉은색으로 통일된 대만관에 먼저 눈을 돌렸을 것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