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석 한국IDC 커뮤니케이션 앤드 인터넷 리서치 그룹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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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분야에 있어 다른 나라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의 확산으로 주문형 비디오(VOD), 문서공유, 전자학습(e-learning) 등과 같이 보다 많은 대역폭이 요구되는 서비스들이 가능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서비스들은 다시 보다 많은 사용자를 유입하는 식의 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가운데 디지털 가입자회선(DSL)과 케이블 모뎀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보급된 서비스이며 이밖에 고정 무선(fixed wireless)나 메트로 이더넷(metro Ethernet), 위성 인터넷, 전력선 통신(PLC) 등이 초고속 인터넷 접속의 또 다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특히 DSL·케이블 모뎀 인터넷 서비스에 국한시켜 전세계 가입자 규모와 매출 규모, 각각의 CPE(Customer Premises Equipment) 시장 규모와 현황 등에 주목해 향후 5년을 전망해보자.
IDC는 통신시장과 관련, 음성·데이터·광대역·IP(Internet Protocol)·웹호스팅 등 5개 서비스에 대해 아시아·북미·남미·중동 및 아프리카·유럽 등 5개 지역에서 기업과 소비자·사업자 측면에서 리서치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광대역(broadband) 중 현재 초고속 인터넷 접속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DLS과 케이블 모뎀 시장에 국한해 시장규모 및 향후 전망을 알아보고자 한다. DSL 시장규모를 추정하기 위해 ADSL·IDSL·SDSL 기술 기반의 서비스는 포함시켰고 HDSL·VDSL 등은 제외했다. 또 지역적으로는 미국과 유럽 16개국, 아시아 10개국, 기타 지역 국가를 조사했다.
가입자 수는 DSL의 경우 이미 설치됐거나 혹은 장비업체에서 출하된 기준이 아닌,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회선(line)만을 대상으로 1회선당 1명의 가입자로 가정했으며 케이블 모뎀 역시 모뎀이 설치된 가구당 1명만을 가입자로 잡았다. DSL/케이블 모뎀 서비스 매출액은 엔드유저로부터의 사용료만 포함되며 부가적인 서비스인 웹호스팅 비용이나 전화비 등은 제외시켰다.
전세계적으로 인터넷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전화 모뎀을 통해 접속하던 인터넷 사용자들이 초고속 인터넷 방식으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초고속 인터넷 환경에 맞는 온라인 게임·음악·영화와 같은 미디어 스트리밍, 전자학습 등의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통신서비스 업체들도 신규 가입자 증가세 둔화에 따른 매출 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같이 가치가 더해진(value added)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한국·홍콩·싱가포르 등은 정부 차원에서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을 통한 지식기반 경제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의 보급이 한층 더 탄력을 받고 있다. 여기에다 사업자간 경쟁, 특히 DSL 사업자와 케이블 모뎀 사업자 간의 경쟁이 초고속 인터넷 활성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서비스 비용과 같은 초고속 통신 성장 저해요인은 남아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의 저가 사용료 정책에 따른 낮은 수준의 정액제에 힘입어 가입자가 크게 증가했으나 다른 국가나 지역은 여전히 사용료가 높은 실정이다. 또 거주형태가 한국과 같이 밀집된 형태가 아닌 국가나 지역이 많아 망 포설에 어려움이 많고 그에 따른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없는 것이 성장저해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업체간 경쟁이 격화되고 서비스 사업자의 장비구입 비용 하락이 가속화되면 서비스 사용료가 급속히 떨어질 전망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DSL 서비스 업체와 케이블 모뎀 서비스 업체간 가격경쟁으로 서비스 요금이 초기에 비해 상당히 하락해 있는 상태다. 또 고정 무선이나 위성 인터넷같은 서비스 외에 최근 또 다른 대안으로 주목 받는 메트로 이더넷 서비스의 경우 신규 아파트 단지나 비즈니스 용도로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DSL과 케이블 모뎀 시장을 점차 대체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각국에 초고속 인터넷 보급이 급속히 증가했다. 특히 DSL 서비스는 급속히 보급이 늘면서 2001년을 기점으로 전세계적으로 DSL 서비스 가입자가 케이블 모뎀 가입자 수를 앞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02년을 기점으로 향후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성장률 자체는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표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지난해 말 기준 전세계 DLS 서비스 가입자는 1800만명으로 2000년 대비 175% 신장했다. 향후 DSL 시장은 다른 인터넷 접속 대안의 등장, 각종 규제 및 망 포설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오는 2005년도까지 가입자 수는 전세계적으로 1억2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블 모뎀은 2001년 현재 1360만명으로 2000년 대비 178% 성장했는데 향후 케이블 모뎀 시장은 2005년에 5750만명 가입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적으로는 표3 및 표4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재 아시아 지역은 DSL이, 미국은 상대적으로 케이블 모뎀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현재 단방향에서 양방향 HFC(Hybrid Fiber-Coaxial)로 네트워크 업그레이드가 진행되고 있으며 2000년 말 현재 양방향 HFC의 설치율이 60%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오는 2005년에는 90%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은 아시아나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장 초기 단계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이제 막 케이블 인프라에 본격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고 DSL 분야에서는 통신 업체들이 DSL보다는 ISDN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가입자 매출은 DSL이 2001년 65억4700만달러에서 2005년 325억5700만 달러로, 케이블 모뎀이 2001년 49억4100만달러에서 2005년에 147억400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 서비스 업체간 가격경쟁에 따른 급격한 사용료 인하에도 불구하고 가입자 확대에 따라 매출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DSL 및 케이블 모뎀과 관련된 CPE 시장규모는 DSL이 2001년에 11억2600만달러에서 2005년에 16억2900만달러로, 케이블 모뎀이 2001년 14억1300만 달러에서 2005년에 19억2400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이 향후 CPE 시장은 시장 성숙에 따른 공급 업체간의 경쟁 심화로 가입자 확대에 비해 성장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며 또 많은 경우 실제로는 서비스 사업자가 비용을 부담하기도 한다.
ADSL과 케이블 모뎀으로 대표되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시장은 사용자의 급속한 확산과 함께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그 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다. 그러나 더 빠르고, 더 나은 품질을 원하는 사용자 요구에 부합하고 경쟁사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서비스 사업자는 끊임없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DSL의 경우에도 국내의 경우 현재 주류를 이루는 ADSL 서비스는 곧 시장 포화 상태를 이루게 될 것이고 신규 아파트를 대상으로 VDSL 서비스 경쟁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VDSL의 지원거리가 짧은 점을 고려할 때 VDSL보다는 BWLL이나 위성인터넷 같은 서비스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케이블 모뎀은 DSL 서비스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비즈니스 용도보다는 개인 고객 중심적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외국에서는 밀집되지 않은 거주 형태나 케이블TV의 보급 상황을 고려할 때 가정을 중심으로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은 그동안 케이블 서비스 업체들이 높은 프리미엄TV 채널과 같은 보다 수익성이 높은 부분에 치중한 결과 케이블 모뎀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그러나 향후에는 디지털 케이블TV, 케이블 전화(cable telephony)와 통합된 서비스로 보다 할인된 가격에 본격적인 마케팅을 실행할 경우 현재보다 보급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