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커머들이 다시 창업대열에 뛰어들고 있다. 예전 닷컴업체에 몸담았던 닷커머의 이 같은 창업 행렬은 전반적 경제침체로 재취업이 어려운 게 그 한 배경이지만 이들을 새 도전으로 이끄는 가장 큰 힘은 기업가적 모험심이다. 마크 시얼리는 부동산 가상 투어업체 뱀부닷컴(Bamboo.com)의 최고운영책임자 출신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소프트웨어 업체 아다마크테코놀로지스를 창업해 경영하고 있다. 뱀부닷컴은 지난 99년 두차례의 벤처펀딩을 받아 수백만달러를 조달했으나 결국은 특수 이미징 솔루션업체 인터넷픽처스에 매각됐다.
시얼리 아다마크 CEO는 이 같은 우여곡절을 겪고난 뒤 이제는 모든 일을 차분히 다져가고 있다. 그는 아다마크의 공동창업자, CEO 겸 사장으로 뱀부에서 일할 때와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중이다. 그는 “뱀부가 직원수를 1년 동안에 27명에서 300명으로 늘렸지만 아다마크는 4명에서 10명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기업용 이벤트 로그 데이터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인 아다마크는 오랫동안 벤처펀드 교섭을 벌여 이제 성사 단계다. 직원 봉급수준이 낮고 흔한 회사 T셔츠나 커피잔 하나 없으며 직원 수가 다섯명이 될 때까지는 공동창업자 아담 사의 집을 사무실로 이용할 정도로 초긴축 경영을 해왔다.
시얼리 CEO의 경영철학은 한 마디로 ‘성장보다는 실속’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닷컴 붕괴 후유증으로 8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 지역 실업률은 1년 전 1%를 약간 웃돌던 것이 거의 8%대에 육박했다.
팰러 앨토에 있는 캘리포니아 경제연구센터의 스티븐 레비 소장은 “실리콘밸리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심한 타격을 받은 지역으로 경기 하강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부를 찾아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인터넷 업체로 몰려들었던 근로자 다수가 닷컴 붕괴 후 일반 직장으로 옮기거나 대학원에 진학하고 일부는 농촌으로 내려갔으나 시얼리 CEO처럼 기업가 정신으로 단련된 일부 전직 닷커머들은 새 창업대열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정신적 버팀목은 차고에서 시작해 세계적 업체로 성장한 휴렛패커드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기업가 정신이다. 이들의 앞에는 하이테크 호황기에 수많은 졸부를 양산했던 IPO같은 도피처가 없다. 이들은 닷컴실패의 경험 하나만을 무기로 삼고 재기를 노리는 이들로 침체된 실리콘밸리에 활력을 다시 불어넣고 있다. 실제로 신생업체들은 미국기업 성장을 주도하고 신규 고용의 75%를 창출해내는 중소기업을 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매직스태프의 크리스토프 콜브 CEO는 지금은 망해버린 건강정보사이트 헬스센트럴닷컴에서 일하면서 창업 노하우와 요령을 터득했다. 헬스센트럴닷컴은 90만명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웹사이트 접속자를 기록한 바로 같은 달에 미 파산법 11조항에 따라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콜브 최고경영자는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기 전에는 사람들이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꺼이 구매할 것인 지를 먼저 확실히 해야하고 그 다음에는 그 것에 대해 돈을 기꺼이 지불하려는 충분한 수요층이 존재하는가를 따져봐야 한다"며 "게다가 누구도 자신의 사업을 쉽게 모방할 수가 없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 있는 매직스태프는 인도 등 ‘가상’ 근로자를 미국, 유럽, 일본기업에 공급한다. 창업된 지 2년이 됐고 딕 체니 미 부통령이 착용한 심장박동조절장치를 만든 메드트로닉 등 6개 업체가 거래선이다. 인터넷 베테랑인 클라우디아 윅스는 닷컴 붕괴, 침체, 미 테러 공격을 겪으면서도 대우가 좋아 배우들이 샌프란시스코에 머물고 싶어하는 그런 극장을 만든다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윅스는 온라인 활동센터로 각종 회합, 만남을 주선하는 업체인 이바이트에서 일하다가 지난 2000년 10월 폴 세빌라노-제닝스와 함께 섹스피어 ETC를 공동 창업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회사를 새로 시작하다니 미쳤냐?’고 했다”며 “경제상황이 분명 우리의 청중과 펀딩에 영향을 주었으며 특히 지난 해 9·11 미 테러 후에는 더 힘들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섹스피어 ETC가 지난해의 침체와 테러사태로 자산단체와 미 영리기관 기부금이 줄었어도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었다고 자신했다. 그녀는 현재 낮에는 한 소규모 업체의 부사장으로 일하고 밤에는 배우 겸 그래픽과 세트디자이너로 일한다. 그녀는 “아마도 5년이 지나면 극장일이 풀타임 직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다마크의 공동창업자, 최고경영자이자 사장인 시얼리는 잠자는 시간과 개인용무는 모두 뒷전으로 미루고 회사일에 매달리고 있다. 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