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망 사업자들이 하나같이 자금확보에 발벗고 나선 것은 올해 안에 갚아야 할 대규모의 채무상환 부담 때문이다. 하나로통신은 올해 안에 약 7000억원의 부채를 상환해야 하고 두루넷은 2000억원 가량의 부채를 갚아야 한다. 온세통신도 5월까지 600억원의 회사채 상환부담을 안고 있다. 이들 기업은 각각 7000억원, 3000억원, 800억원의 자금을 유치해 급한 불끄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들 업체는 그러나 부채상환 부담이라는 겉모양새와는 달리, 단기에 대규모 자금유치가 가능한 배경으로 향후 수익창출 가능성에 대해 투자자들의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자체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회사채 금리가 11% 내외인 데 비해 이번에 8%의 금리로 자금을 유치,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으로부터 안정적 수익구조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2월과 3월 기준금리보다 1% 낮게 2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한 것과 한빛은행으로부터 500억원의 신용대출을 받은 것도 하나로통신에 대한 금융시장의 긍정적인 시각을 반영하는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온세통신도 지난해 창사 5년 만에 142억원의 첫 흑자를 달성하는 등 사업성이 좋아졌기 때문에 미래매출채권의 유동화를 통한 800억원대의 ABL 자금을 회사채 발행보다 2% 정도 낮은 조건으로 유치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들어 총 3000억원 규모의 ABS·BW·CB 발행에 성공한 두루넷도 초고속인터넷망의 올 목표 가입자 수를 169만명으로 예측하고 신규 투자비용부담 축소를 감안, 지난해 2000억원의 순손실 폭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고 이들 업체의 주장처럼 올해 시장상황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우선 높은 부채비율이 부담스럽다. 저리의 자금을 유치해 급한 불을 껐다고 해도 부채비율이 근본적으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 업체의 부채비율은 하나로통신이 123%, 두루넷은 444%, 온세통신은 342%에 이른다.
또 올해 이들 업체의 수익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이들 업체의 주력사업인 초고속 통신망의 경우 이미 가입자 수가 800만명을 넘겨 포화상태를 앞두고 있는 만큼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올해 말까지 1000만명 수준에 이르면 시장은 포화된다는 분석이다. 업체별로 수천억원에 이르는 설비 유지보수 비용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두루넷은 1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유지보수에 쏟아부을 예정이고 하나로통신은 영업이익 중 설비유지보수 비용을 충당할 예정이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