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원 시스코코리아 회장 suhong@cisco.com>
해방 이후 정부의 전화 공급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79년까지 전화 공급은 200만대에 불과해 전화 적체와 통화품질 문제는 전화통신사업의 양대 문제였다. 이 시절의 전화는 매매가 가능한 백색전화와 매매를 할 수 없는 청색전화가 있었는데 한 때 백색전화의 값은 작은 집 한채를 살 수 있을 정도까지 올라 자연히 전화는 지금의 아파트와 같이 투기의 대상이 되었고, 전화 청약과 연관된 각종 부조리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정도였다. 전화의 통화품질 또한 형편없어 혼신이나 잡음 및 통화중 단절은 당연하게 생각했으며 시외전화의 경우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야 간신이 통화할 수 있을 정도였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근본 원인은 전화시설 즉, 교환기와 전송로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부처간의 이견이 엇갈리고 복잡해진 정보통신의 제반문제 때문이기도 했다.
80년대 정부는 복잡한 문제가 공전하는 원인을 ‘상주(통신공사)가 없는 제사에 객들이 감 놓아라 대추 놓아라’하기 때문이라고 결론짓고, 통신공사를 설립해 주인을 세움으로써 이들로 하여금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 모든 역량을 공사화에 결집했던 것이다.
어렵게 탄생한 한국전기통신공사는 탄생 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기간통신망 통합사업을 완성하고 전자교환기를 성공적으로 설치, 운영함으로써 1987년 6월 마침내 ‘전국전화자동화사업’을 완성해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전화적체를 완전히 해결했으며 숙원이었던 ‘1가구 1전화 시대’의 전화통신사업 혁명을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완수했던 것이다. 또한 이들은 정보통신산업 발전을 위해 국산 전전자교환기 TDX를 개발, 성공시켰고, 국가기간전산망사업과 반도체개발사업을 적극 지원해 성공시킴으로써 우리나라의 정보통신기술 잠재능력을 발굴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요즈음 신청 하루만에 전화가 설치되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뿐이라고 알고 있다. 명실공히 우리는 세계에서 제일 좋은 전화서비스를 제공하는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며, 이제 통화품질도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적시 적절하게 놓여진 한국전기통신공사라는 하나의 포석과 이 포석의 가치를 살리기 위해 진력한 통신사업 관계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이렇게 훌륭한 결실을 맺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