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북한의 SW정책 변화

 ◆유완영 아이엠알아이 회장 jamesu@imri.co.kr

 최근 북한의 정보통신 정책기조를 살펴보면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국가적인 정책과 사고에 많은 변화가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른바 실용과 혁신을 강조하는 신사고와 그 실천 방안의 하나로 과학기술 중시정책이 현실로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에서 소프트웨어산업은 이른바 ‘집중지도’사업의 하나다. 북한 당국은 중요한 사업의 경우 중앙당에 별도 조직을 두어 특별한 지도와 계획 아래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 소프트웨어 정책의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이 분야의 자립성 확립에 있다. 이와 관련, 북한은 최근 북한 내부에서 사용하게 될 공식적인 운용체계(OS) 프로그램으로 조선콤퓨터센터(KCC) 체계프로그램센터 리눅스 체계실에서 개발된 ‘붉은별 리눅스 1.2’판을 내놓았다. 아울러 리눅스에 대한 연구성과가 높아짐에 따라 리눅스 환경에서 운용되는 애플리케이션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으며 리눅스 환경의 게임이나 기타 소프트웨어도 다량 개발중이다.

 하드웨어적인 기반 확충에도 북한은 최근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급증하는 내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수입에만 의존하던 컴퓨터와 모니터를 자체 조립공장에서 조립하는 사업이 이미 개시되었으며 이러한 하드웨어적인 보급률의 증대는 인터넷 환경 구축의 가능성까지도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변화라 아니할 수 없다.

 북한의 최근 소프트웨어 개발성과와 동향을 살펴보면 다른 부문과 비교해 언어처리 소프트웨어의 성과가 눈에 띈다. 초기에는 도스(DOS)환경에 맞는 조선어 입력체계 등을 개발하기 시작해 ‘단군’ ‘창덕’ 등으로 그 결실을 맺어오다가 95년부터는 중국어·러시아어·일본어를 중심으로 한 외국어 영역에까지 연구 활동범위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자동번역·문자인식·음성인식·음성합성 등의 분야가 대표적인데 음성합성의 경우 최근 조선콤퓨터센터에서 개발한 ‘평양말’은 그 성공률과 작동방식에서 남한과 크게 차이나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다.

 또한 컴퓨터 3차원 그래픽기술 발전이 타분야에 비해 눈에 띈다. 조선콤퓨터센터·과학원 등에서 특화되고 있는 이 기술들은 기존의 영화·애니메이션 사업에 본격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또한 북한이 강점을 지니는 분야는 암호화 부문이다. 암호화는 역사적으로는 냉전 시기에 동독과 러시아로부터 들여온 기술을 현지화한 것으로 최근에는 이 기술을 네트워크용 프로그램, 통신관리프로그램 등 정보체계 프로그램 개발에 응용하기 시작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와는 달리 북한에서 개발되는 소프트웨어는 대다수가 상업적인 검토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그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이는 북한 자체에 소프트웨어 시장이 없기 때문이며 하드웨어 산업을 대체하고 단기간 내에 경쟁력 있는 산업부문을 만들기 위해 소프트웨어 육성정책을 입안하기는 했으나 실제 개발방향은 주로 체제 선전용 멀티미디어 콘텐츠나 상품성이 없는 제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해외시장에서 요구하는 상품성을 따라가는 데는 북한 개발자들의 개발환경과 소프트웨어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도 아울러 지적될 수 있다. 북한도 이러한 점을 인식해 다른 분야와는 달리 소프트웨어 분야에서의 대외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9월 일본에서 열린 국제전자박람회인 ‘월드PC엑스포’에 소프트웨어를 최초로 전시하고 기술자를 파견한 것을 시발로 오는 4월 21∼23일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제1차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컴퓨터 소프트웨어 전람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서는 이미 대외에 소개된 거의 모든 프로그램이 전시될 계획이며 과학원·조선콤퓨터센터·평양정보센터 등 북한의 주요 개발기관이 대거 참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에 와서는 또한 한글 윈도에 채택될 소프트웨어 개발도 많이 하고 있어 남한과의 이 분야 교류협력 또한 확대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