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정보기술(IT) 커리큘럼의 전면 재조정이 시급하다. 이런 상태로 가다가는 기술선진국은 고사하고 중진국 문턱조차 넘기 힘들다니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21세기 디지털 시대가 필요로 하는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고, 우리의 IT 및 과학기술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이론과 강의 위주인 대학 커리큘럼을 실습 위주로 바꿔야 한다.
본지가 서울대·한국과학기술원(KAIST)·고려대 등 주요 대학의 IT관련 커리큘럼을 비교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여년 동안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력과 기술은 크게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커리큘럼은 10년 전 모습 그대로였다.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대학이 실습 위주로 진행해야 할 소프트웨어·컴퓨터·정보통신 관련 교육을 이론과 강의 위주로 편성하는 등 고급인력 양성이라는 국가적 과제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론과 강의 위주로 이뤄지는 대학교육은 결과적으로 우리의 IT 및 과학기술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게 마련이다.
대학의 커리큘럼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은 최근 정보처리학회 소속 교수 19명이 조사한 ‘대학의 컴퓨터·소프트웨어 교육 강화 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정통부 위탁과제로 연구된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학들이 교육목표가 불분명한 백화점식 커리큘럼으로 고급 실업자를 양산한다는 것이다. 또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이 풍부한 교수가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교수 선발 제도가 경직돼 현장 경력자를 채용할 수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 손꼽는 것은 프로젝트 지도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학부제로 인해 졸업 때까지 학생들의 전공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컴퓨터·소프트웨어 학과 전임교수가 전교생의 교양 전산과목을 책임져야 하는 것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다.
연간 13만명이 2∼4년제 대학의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에 입학하는 등 대학 졸업생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기업에서는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정작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취업 후 1년여가 지나야 한사람 몫을 하는 신입사원이 70%라는 것은 실무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인력 양성의 주체인 대학인 기본원리와 실무 적응능력을 갖춘 인재를 배출하지 못한다면 커리큘럼을 바꾸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커리큘럼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우리 기업이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커리큘럼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적하고자 하는 대학 IT커리큘럼의 문제점은 크게 세가지다. 그 첫번째는 이론과 강의 위주의 커리큘럼이다.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전공생의 실무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실습 위주의 교육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지금의 기술이나 시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세번째는 커리큘럼의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것이다.
이론과 강의로 4년을 보낸 학생으로부터 실무능력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부터라도 ‘이론’ 위주에서 벗어나 ‘실무’ 위주의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