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게임시장 노리는 외국업체

 

 한국 게임시장의 규모가 해마다 커짐에 따라 외국 메이저 게임배급사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이미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대형 게임배급사들이 그동안 국내 게임업체를 통해 시장에 우회진출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사 설립이나 직배체제 등으로 게임시장을 직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이런 외국업체들의 공세에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자칫 국내 게임시장이 외국업체들의 각축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의 메이저업체들이 한국 게임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 게임시장은 지난해 17%의 성장률을 기록해 그 규모가 1조원을 돌파했고 오는 2003년에는 1조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관건은 이처럼 규모가 확대되는 국내 게임시장에서 우리 업체들이 최단 시일 안에 경쟁력을 확보해 외국업체들과의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지킬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흔히 게임산업을 제2의 반도체산업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대규모 투자가 뒤따라야 하는 반도체를 비롯한 제조업과는 달리 지식과 창의력, 아이디어만으로 반도체 못지않은 수출효자 노릇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9년 954억달러이던 세계 게임시장은 2003년이면 2666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시장 규모는 1800억달러로 집계됐다. 정부와 게임업계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게임산업이 우리 경제의 또다른 성장 엔진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국내시장이라고 해도 우리 업체들의 창의력이나 기술력이 경쟁업체보다 뒤진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우리 게임시장을 고스란히 외국업체에 내줄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우선 기술력과 창의력을 지닌 이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기획과 마케팅·유통 등 분야별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 이 분야의 전문인력은 태부족이다. 세계의 산업은 제조업 위주에서 차츰 서비스업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우리가 게임 분야의 전문인력에 주력하지 못해 이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앞으로 차세대 산업은 반도체 다음으로 내놓을 만한 것이 별로 없다. 지금은 게임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할 교육기관이 마땅찮다는 것도 문제 중 하나다. 사설교육기관에 의존하다보니 교육의 질에 문제가 있고 간혹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는 사례가 근절되지 않는 것도 보기에 딱한 일이다.  

 다음은 정책의 집중과 선택이 필요하다. 어느 분야든지 나열하지 말고 집중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게임 분야도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해 육성해 나가야 한다. 기존의 자금지원 위주의 육성도 이제는 게임 인프라 구축이나 지역별 단지조성으로 지역경제의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원사업에 대해서는 성과 측정과 평가 등을 통해 지원 성과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국내 업체간 과열과당 경쟁도 자제해야 한다. 나라 안팍에서 국내업체간 덤핑경쟁은 화를 자초하는 일이다. 기업 스스로 새로운 수익모형 개발에 주력하지 않고 저가 위주로 극단적인 마케팅을 해서는 안된다. 지난해 대만에서 국내 게임업체 간의 덤핑이 극에 달해 그로 인한 후유증이 적지 않았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가전략보다는 창의력과 아이디어로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해 시장확대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