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선사업부문 경쟁활성화 대책으로 내놓은 ‘가입자선로에 대한 접속료 감면 방식(시외전화 경쟁활성화 대책)’이 원래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후발사업자들의 경쟁력 개선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보통신부는 지난해 하반기 데이콤·온세통신 등 시외전화 후발사업자들이 KT에 지불하던 시내전화 접속료 중 일정액을 감면해주고 시외전화사업자와 초고속인터넷사업자로 하여금 KT의 가입자선로를 이용해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시외전화 경쟁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가입자선로 접속료 감면방식을 내놓았으나 후발사업자들이 실제로 얻는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0월 정보통신부는 유효경쟁 단계에 이르지 못한 시외전화시장의 경쟁활성화를 위해 △시외전화 사전선택 기준 마련 △요금체계 개편 △접속료 감면제도 신설 등의 대책을 마련, 데이콤·온세통신 등 시외전화사업자들이 KT와 좀더 공정한 경쟁환경에서 사업경쟁을 벌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을 수립했다.
그러나 시외전화 경쟁활성화 대책 중 하나로 내놓은 접속료 감면제도는 실제로는 경쟁환경을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제도는 데이콤·온세통신 등 후발사업자들이 KT의 가입자선로를 이용하는 대가로 지불해오던 시내전화 접속료 중 일정액을 감면해준다는 것으로 이들 후발업체의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정통부는 더 나아가 3개 대역체계를 2개 대역체계로 단순화해 그중 1대역의 경우 가입자선로 접속료를 면제해주기로 하는 등 감면폭을 확대했다.
이와 관련,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시외전화사업자의 과도한 비용부담을 고려해 현행 접속료 경감제도 대신 가입자선로에 대한 접속료를 감면하는 방식을 도입했다”며 “이로 인해 시외전화사업자는 최대 55%까지 접속료를 할인받는 효과를 보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보통신부는 실제로 이번 정책으로 인해 시외전화사업자가 모두 2078억원의 금액을 감면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KT 시외전화사업부가 1766억원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데이콤이 262억원, 온세통신이 59억원 등을 감면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결정은 가입자선로 비용의 경우 타사업자의 접속통화가 유발하지 않는 비용(NTS)이라는 데서 착안한 것으로 세계적인 흐름에 속한다.
하지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외전화사업자에 대한 가입자선로 접속료 면제에 따른 KT의 실질적인 부담액은 정확히 계산해봐야 알겠지만 데이콤 262억원(데이콤 측은 160억원 정도 예측), 온세통신 59억원을 포함해 모두 321억원 가량에 머물 것”이라며 “KT의 시외전화사업자에 대한 면제금액 1766억원은 시내부문과 시외부문간 내부거래라는 점에서 KT의 전체 수익에는 영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더 나아가 “KT는 보편적 역무손실 보전금 제도를 통해 실질 감소액인 321억원보다 많은 금액을 타 기간통신사업자로부터 보전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KT 시내부문의 명목 수익감소액인 2087억원은 보전적 역무손실 보전금 제도를 통해 모든 기간통신사업자가 분담토록 규정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보편적 역무손실 보전금에 대한 타사업자의 분담비율이 63.4%라는 점을 감안하면 KT 시내부문의 경우 2087억원의 수익감소분 중 1323억원은 타사업자로부터 보전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원래 지불하도록 돼 있는 접속료를 감면해준다는데 적자를 보지 않는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며 “또 보편적 역무손실 보전금이라는 것도 적자를 보는 모든 부문의 적자를 보전해주는 게 아니라 적자가 심한 부문(지역)의 적자를 보전해준다는 것이므로 수익감소분 전부를 보전받는다는 식의 주장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경쟁환경 조성이라는 것이 모든 것을 다 갖춰준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가입자선로 접속료 감면제도가 오히려 역으로 KT에는 불합리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