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단말기 보조금 금지 법제화 시급

 단말기 보조금을 둘러싼 통신사업자간의 다툼이 또 시작됐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번째 분쟁이다. 통화요금이나 품질향상 등은 제쳐놓고 하지 말라는 단말기 보조금을 편법으로 지급해 분쟁이 생긴 것은 실로 유감스런 일이다.

 LG텔레콤은 최근 SK텔레콤과 KTF가 단말기 보조금을 과다하게 지급해 시장을 혼탁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과 KTF는 이를 반박하는 자료를 내놓았다. LG텔레콤에 따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지난 1월과 2월에 700억∼800억원 가량의 불법적인 보조금을 자사 대리점에 지급해 시장질서를 혼탁하게 한다는 것이다.

 LG텔레콤은 또 KTF는 가입자가 늘지 않자 2월에 단말기 보조금과 멀티팩 판촉행사를 명목으로 한 우회적 보조금을 강화해 순증 가입자를 전월 대비 110%에 달하는 8만4000명으로 늘렸다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SK텔레콤은 LG텔레콤의 주장이 조작된 수치에 근거한 그릇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KTF측도 LG텔레콤의 주장이 합당치 않다며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의 보조금 지급 의혹과 KT의 KTF 재판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 조사가 끝나고 혐의가 드러나면 엄격한 규제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통부는 또 상반기중 보조금 지급 금지 조항을 포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우리는 이번 통신사업자들의 분쟁에 대해 정부가 시시비비를 명백히 가려 두번 다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해 줄 것을 기대한다.

 이번 분쟁의 책임이 우선 해당 통신사업자들의 잘못된 단말기 보조금 지급 행태에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공정경쟁의 틀을 깨고 편법으로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한 것은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다. 지금의 시장상황은 과거와는 크게 다르다. 이미 이동전화 가입자가 3000만명을 돌파했다. 이제는 통화품질과 가격으로 승부를 내야 할 때다. 과거처럼 세불리기식의 가입자 유치경쟁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단말기 보조금 지급의 음성적인 지원 등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일 것이 아니라 적정요금 조정과 통화품질 등으로 경쟁을 해야 할 때다. 물론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면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좋긴 하나 건전한 시장질서가 확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통신사업자들은 지금도 소비자들이 줄곧 주장하는 통화요금을 적정수준으로 재조정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해 통신사업자들은 수천억원에서 1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냈다고 한다. 당연히 들어주어야 할 소비자들의 요구는 외면하면서 금지시킨 단말기 보조금을 편법으로 지급했다면 도덕적으로도 비난받을 만하다.

 정부도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이 문제의 근절에 나서야 한다. 지난번 분쟁 때 서둘러 단말기 보조금 지급 금지 법제화를 추진했으면 이번에 같은 분쟁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사업자들의 불법이나 불공정행위를 적발해 때때로 수억원의 과징금을 물려도 실효가 없다면 이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정부의 미지근한 대응책이 오히려 화를 자초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에 정부는 통신사업자들의 단말기 보조금 지급 실태를 철저히 조사해 다시는 불공정경쟁으로 인한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완벽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