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기에 멀쩡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심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MS의 최대 현안은 ‘주력사업의 성장 정체’. MS는 널리 알려지다시피 PC가 일부 마니아의 취미활동에서 시작해 오늘날 가정의 필수품으로 발전하기까지 PC용 소프트웨어 판매를 주력사업으로 매출이 지난 86년 기업공개 후 매년 평균 40%씩 증가하는 고속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지금도 MS는 오는 6월까지 현 회계연도의 목표성장률을 20%대로 잡고 있다. 그러나 MS가 이같은 목표성장률을 달성하는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 됐다.
이 정도 성장을 달성하려면 연간 50억달러의 순익을 올려야 가능하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나 PC판매가 줄고 기업의 기술투자가 줄어들고 소비자 신뢰도가 9년만에 바닥으로 떨어진데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과 같은 외부의 적들이 많아 만만치 않은 게 MS의 고민이다. 여기에 독점소송에 휩싸인 상황. MS가 올 들어 신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게 된 배경에는 이같은 이유가 깔려 있다.
반면 MS의 확장 전략은 PC 운용체계의 독점력이 PC 이외의 시장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메릴린치의 에널리스트인 헨리 블로짓은 “MS에게 있어 고성장 유지가 독점소송 해결보다 더 중요한 문제다”며 “법적 문제가 해결된다 해서 성장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고 해석했다.
MS주가가 미 항소법원이 만장일치로 하급심의 기업분할명령을 뒤집은 6월 이후에 오히려 20%가 하락, 같은 기간 스탠더드&푸어 500 지수의 하락폭 14%보다 더 많이 떨어진 것이 이런 논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해 6월 마감된 MS의 2000회계연도 매출액 증가율은 10%선.
이같은 성장 정체는 MS의 공격적인 확장전략의 배경이 됐지만 경쟁업체에게 MS는 ‘운동장에서 뛰노는 어린이를 쫓아내고도 운동장이 좁다고 불만을 털어놓는 건달’ 같은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MS의 신규시장은 고성능 서버와 기업용 데이터베이스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 비디오게임기, 핫메일과 MSN 등 인터넷 서비스, 핸드헬드기기와 휴대폰용 운용체계, 소기업용 소프트웨어툴 등 전방위 공격형이다.
이 업체의 PC운영체제 독점력이 새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만으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기존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MS는 오라클, IBM,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등이 장악하고 있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 늦게 뛰어들었으나 시장을 일정 부분 점유하는 데 일단 성공했다.
MS는 자사제품이 가격이 더 싼 반면 성능이 더 좋고 항공사, 렌터카업체 등 각 대형업체가 이용하는 인터넷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는 기능을 앞세워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공략한 게 주효했다. MS 고객의 상당수가 유닉스 서버 같이 상이한 시스템의 조합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들이다.
스티브 발머 MS CEO는 “기존 업체의 인기는 떨어지고 우리의 인기는 높아질 것”이라며 시장 확대를 낙관했다. 법무부와 MS간에 맺어진 지난 반독점소송의 법정 밖 타협안은 호환성 문제와 관련해 경쟁사에 인터페이스 정보를 공개하도록 MS에 의무화했다.
기가 인포메이션그룹의 롭 앤덜리는 “제3자가 MS가 제공한 인터페이스 정보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만 실제 호환이 가능한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동안에 MS의 시장잠식이 진행될 것”이라며 그 효과를 의문시했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