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벤처 `꽃샘추위`

벤처업계가 떨고 있다. 길고 긴 터널을 지나 회복기에 접어든 벤처업계가 금감원, 중기청, 검찰 등의 잇단 조사설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어느 회사가 조사 대상에 올랐다느니 누구는 언제쯤 구속이 될 것이라는 등의 이야기는 요즘 테헤란밸리 벤처기업인 사이에서 가장 흔한 대화 소재가 됐다.




 특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소문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 재생산되며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같은 소문의 시작은 지난주 벤처캐피털사로 전송되어온 팩스 한장에서 시작됐다.




 검찰로부터 날아든 이 한장의 팩스는 투자조합의 입출금 내역에 대한 자료 제출 요청 공문이었다.




 50여개 회사에 뿌려진 이같은 팩스에 업계에서는 어떤 회사가 표적이며 이미 5개 회사로 압축됐다는 등의 구체적인 소문까지 돌고 있다.




 팩스를 받은 벤처캐피털사 관계자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곳 저곳 진상확인에 나섰고 업계 전체의 이미지에 또한번 타격을 받는 게 아니냐며 긴장하는 기색이 영력하다.




 중기청 등 감독기관에서는 의례적인 조사로 알고 있다며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있지만 검찰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업계가 받아들이는 중압감은 상당한 듯하다.




 일부에서는 3월 한달이 검찰의 ‘캠페인(?) 기간’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여기에 산자부도 금감원, 중진공과 합동 조사단을 구성해 18일부터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들에 대한 현장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중기청 또한 벤처기업인증기업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같은 각종 기관들의 조사 착수는 벤처업계의 건정성 제고를 통한 도약의 발편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재도약을 위해 썩은 상처는 당연히 도려내야 한다며 일부에서는 이같은 조사에 찬성하는 사람도 물론 있다.




 그러나 취지와는 달리 대다수의 벤처인들은 이번 조사가 벤처거품론 이후 2년여만에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간삼간 태운다’는 선인들의 가르침을 한번쯤 되새겨 볼 때다.




 <디지털경제부·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