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마이너 업체의 고민

 미운 오리새끼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형제와 생김새가 다른 오리새끼가 형제들로부터 갖은 따돌림을 당하다 어느날 우아한 백조가 돼 설움을 털어낸다는 동화다. 국내 이동전화단말기 업계에도 미운 오리새끼가 있다. SK텔레텍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SK텔레텍은 태생부터가 타사와 다른 게 영락없는 미운 오리새끼다. 단말기업체들에는 백조나 다름없는 통신서비스 사업자 SKT가 바로 어미(?)기 때문이다.

 사실 SK텔레텍은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SK그룹이 매우 의욕적으로 달려든 신규사업의 결정체였다. 유력 통신사업자인 SKT의 단말기를 생산하면 어렵지 않게 좋은 결실을 거둘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결과는 엉뚱하게 돌아갔다. SK그룹의 주력인 무선통신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SKT가 신세기통신을 합병할 때 SK텔레텍이 큰 장애물(?)로 등장한 것이다. 급기야 정부는 SK텔레텍의 단말기 생산량을 제한하는 조건을 달고 합병을 승인했다.

 SK텔레텍은 지금 SKT로부터도, 단말기업계로부터도 마주하고 싶지 않은 상대가 돼버렸다. SKT는 SK텔레텍을 자랑할 만한 제조업체로 키우려기보다는 SKT가 단말기업체들에 아쉬운 소리하지 않고 구미에 맞는 단말기를 만들도록 하는 편한 상대쯤으로 여기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다. 단말기업계는 주고객인 통신사업자의 말만 고분고분 듣는 SK텔레텍이 밉기만 하다. 자생력이 없으면서도 SKT의 품에서 온실속의 화초처럼 생존하고 있다며 자신들과는 다른 별종으로 치부해버린다.

 문제는 SK텔레텍이 아니라 여기에 종사하는 수많은 인재다. 이들에겐 하루하루가 고통이다. 따돌림이 정말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떠들면서도 이들에게 눈길조차 주는 이가 없다. 미움보다 더한 아픔이 망각이라 하지 않는가.

 SK텔레텍의 진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SK텔레텍 때문이 아니라 그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과 국내산업 발전을 위해서다. 환부를 숨기기보다 밖으로 드러내 치료책을 강구해야 한다.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데 아까운 인재들이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해 오금을 못펴고 있다. 고래등 싸움에 치여 억울하게 고통받는 그들에게도 어떠한 방식으로든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권리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정보가전부·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