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 신용정보회사로부터 뜻하지 않은 채무변제를 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모 통신사의 밀린 서비스 대금 33만원을 갚지 않을 경우 신용거래기관과 금융기관에 불량거래자로 등재돼 금융거래를 할 수 없게 되니까 빨리 대금을 납부하라는 내용이었다. 또 계속적으로 납입을 회피할 경우에는 관련 통신사와 협의해 관할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다소 심각한 수준이었다. 편지를 받은 시점도 불량거래자 등재 시점 바로 3일전이었다.
문제는 그 전화번호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도 못하고 가입한 적도 없는데 이같은 문건을 받았다는데 있다.
신용정보회사의 담당자와 통화한 결과 문제의 그 전화는 지난해 6월경에 전북 어느 지역에서 개통이 됐고 이후 지속적으로 요금을 연체했으며 통신사가 요금을 받기 위해 부득불 주민등록번호로 조회한 필자에게 공문을 보내게 된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특히 가입자의 이름은 본인과 다르지만 주민등록번호는 일치한다는 내용도 알게 됐다.
지금까지 신용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신경을 쓰는 터라 다급한 마음에 해당 통신사의 개설 대리점에 문의한 결과 대리점측에서 가개통시 문제가 있었다는 답변을 듣게 됐다. 결국 대리점측에서 “죄송하다”며 조치를 취해주기로 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같은 사례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조그만 해프닝으로 넘기기에는 너무 씁쓸한 구석이 남는다.
일단 나의 주민등록번호가 잘 알지 모르는 사이에 ‘모종의 작업’에 이용됐다는 점이다. 그간 언론을 통해서 통신사들은 개인정보의 유출은 없다고 말해왔지만 이번 일에서 보듯 통신사들은 개인정보 관리에 만전을 기하지 못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그 정보가 통신사의 자료인지, 대리점이 다른 경로를 통해 얻은 자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신분이나 신용이 멀쩡한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확인도 않고 이용한 점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을 것이다.
특히 이같은 상태에서 여행 등으로 편지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필자와 같은 경우에는 꼼짝없이 신용불량거래자로 등재되는 불이익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 이후에 발생하는 행정적인 절차와 시간, 금전적인 낭비, 이로 인한 스트레스 피해는 누가 보상해줄 것인가.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시점에서 고객들이 개인 신상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면 통신사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 판단된다.
최용숙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