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 자바 개발사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이하 선)의 자바 개발자들은 그들의 연례 최대 행사인 ‘자바원 콘퍼런스’에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웹서비스 플랫폼 주도권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IBM·휴렛패커드(HP)를 비롯해 오라클·SAP 등 유수 컴퓨터 하드웨어·소프트웨어업체들이 잇따라 자바를 지원하는 웹서비스 제품을 발표했기 때문.
세계 IT시장의 핵으로 부상한 웹서비스는 e비즈니스의 마지막 단계라 불리며 컴퓨터업체들의 최대 격전장이 되고 있는데 이를 겨냥, 소프트웨어 업체로의 발걸음을 총총히 하고 있는 선도 이제 자바와 웹서비스를 접목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려고 신발끈을 불끈 매고 있다. 자바 어머니인 선은 현재 IBM·BEA시스템스·오라클·휴렛패커드(HP) 등에 자바를 라이선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업체들은 자바 프로그램을 적용한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판매,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선은 비록 자바 라이선스 매출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자바 라이선스 비용은 적지 않다.
IDC 애널리스트 리키 키르즈너는 자바 등 고급 레벨 프로그래밍 언어의 라이선스·관리 매출에 있어 IBM의 수위에 이어 선이 2위를 보이고 있다고 말하며 2000년의 경우, 선의 자바 라이선스 매출이 2200만달러에 달했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자바가 핵심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서버 SW 분야에서 선은 경쟁업체에 비해 아직 마이너 신세다. 애플리케이션 서버는 J2EE(Java2 Enterprise Edition)라 불리는 자바 스펙을 사용, 구동되는데 연 22억5000만달러 규모 중 선은 ‘아이플래닛’이라는 제품으로 공세에 나서고 있지만 BEA의 ‘웹로직’과 IBM의 ‘웹스피어’에 밀리며 연간 1억5700만달러, 겨우 7%의 파이만을 차지하고 있다. 넷스케이프와 합작으로 태동시킨 선의 아이플래닛이 고전하는 이유는 합작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애플리케이션 서버 기술을 하나의 제품에 집어 넣는데 실패한 탓인데 선은 최근 아이플래닛을 완전히 인수하는 등 재정비를 통해 웹서비스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선이 웹서비스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벽은 MS다. 사실 선은 애초 MS가 장악하고 있던 데스크톱 플랫폼 시장을 겨냥해 자바를 선보였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서버와 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데 MS는 닷넷이라는 웹서비스 플랫폼을 내놓으며 이미 세계 IT시장 장악을 위한 걸음을 차근 차근 내딛고 있다. 이에 대항해 선도 자바를 최대한 활용한 선원(SUN ONE)이라는 플랫폼을 내놓고 있는데 이번 웹서비스 패권경쟁에서는 IBM이라는 든든한 우군을 확보해 놓고 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