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는 책과 음반, 컴퓨터 등의 상품을 판매하는 차원을 넘어 최근 금융과 의료·보건·여행 등 서비스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여행산업은 인터넷 비즈니스 접목이 가장 활발한 분야로 꼽힌다.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들까지 여름휴가나 해외출장을 떠날 때에도 온라인 여행사 등이 개설한 웹사이트를 찾아 여러가지 여행상품을 비교한 후 비행기표부터 호텔·보험·렌터카까지 ‘원클릭’으로 예약하는 것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컨설팅 회사인 포레스터리서치(forrester.com)와 공동기획하는 ‘EC커런트’ 이번주 이야기는 특별히 온라인 여행사가 회사업무 때문에 비즈니스 여행을 떠나는 고객층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그 해법을 찾아보기로 한다. 편집자
포레스터리서치는 관련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을 제1 원칙으로 삼고 있다. 막연한 추측이 아닌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기 위해서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할 때에도 예외없이 ‘최근 회사업무로 출장을 간 경험이 있는’ 비즈니스 여행자 1518명을 직접 면접 조사했다.
포레스터리서치가 최근 약 두달 동안 실시한 설문조사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놀란 것이 있다. 바로 비즈니스로 출장을 떠나는 사람들이 여행에 대해 그 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던 선입관이 실제상황과 많이 달랐다는 점이다.
우리는 고민 끝에 이들을 세가지 부류로 나눠 정리했다. 우선 출장자체를 즐기는 여행애호가와 회사업무 밖에 모르는 일 중독자, 마지막으로 집을 떠나면 세상 모든 일이 귀찮은 여행 기피자들이다.
이들은 전체 여행객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32∼34%를 기록해 엇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그러나 이들은 각각 출장을 떠나는 기본적인 태도는 물론 예약 및 관광지를 찾는 습관과 출장을 다녀오는 데 소요되는 예산 등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따라서 직장인들을 겨냥한 온라인 여행사업에 뜻을 두고 있는 예비 사장이라면 무엇보다도 세가지 부류의 여행객들이 현재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바(니즈)가 무엇인지 철저하게 분석한 후 사업을 시작해야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먼저 32%를 차지하는 여행애호가는 회사업무는 뒷전이고 틈만 나면(또 출장 기간을 늘려서라도) 주위의 유명 여행지를 찾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약 절반이 미혼으로 부양가족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모험여행 상품을 구매하는 데에도 적극적이지만 돈이 없다는 것이 결정적인 약점이다.
이에 비해 일 중독자는 회사업무 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이들이 출장 중에 주위의 유명 관광지를 찾아 나서는 사람은 25%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장기간을 연장해 주말을 즐기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16%).
마지막으로 여행기피자들에게 출장은 ‘귀찮기만 한 가욋일’이다(50%). 운동선수인 어린 아들의 경기장을 찾는 부모를 떠올리면 이들의 심정을 비교적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지나치게 현실적인 아버지들도 대부분 이 부류에 속한다.
이들이 배우자를 대동(63%)하거나 시간만 나면 관광지(50%)를 찾는 비율이 의외로 높게 나타난 것도 따지고 보면 비즈니스 여행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수단에 불과하다.
이들은 또 비즈니스 여행계획을 세우고 호텔 등을 예약하는 방식에도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여행애호가들은 여행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업무를 모두 자신이 처리하는 경향(66%)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또 여행애호가들은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고(25%), 직원 수가 1000명 이상인 중견 또는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비율이 낮다(24%)는 점도 출장수속을 손수 처리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제공해주고 있다.
이에 비해 일 중독자들은 약 절반(48%)이 출장관련 업무를 이를 담당하는 다른 직원들에게 맡기고 있어 좋은 대조를 이뤘다. 또 모든 것을 귀찮게 여기는 여행기피자들은 출장을 떠날 때에도 철저하게 회사지침(사규)을 따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를 통해 비즈니스 여행객들에 대한 기존 인식에 많은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도 큰 소득이다. 우선 ‘인터넷을 오랫동안 사용한다고 해서 온라인 예약을 많이 할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부터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인터넷이 생활화된 일벌레들이 온라인 예약을 하는 비율이 여행 애호가들에 비해 7%나 적게 나타났다.
또 ‘회사에서 비용을 지불한다고 해서 여행비용을 깎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도 사실과 크게 달랐다. 소위 회사에서 잘 나가는 일벌레들 중에도 무려 34%가 여행상품을 구입할 때 바겐세일 사이트를 즐겨찾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각각 여행애호가(9%)와 여행기피자(19%)에 비해 무려 25%포인트, 15%포인트나 높은 비율이다.
마지막으로 비즈니스 여행객들이 주중에, 특히 일요일 저녁에 출발해 금요일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일벌레만 제외하면 실제 조사결과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여행 애호가 3명 중에 약 2명(67%)이, 또 여행기피자들 중에서도 3명 중에 약 1명(39%)이 각각 출장 직후에 주말이 겹칠 경우 출장기간을 연장해서라도 주위의 유명 관광지를 찾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사전지식을 바탕에 두고 온라인 여행사들이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기로 하자.
우선 여행사들이 가장 쉽게 공략할 수 있는 틈새시장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여행애호가 계층이다. 이들에게는 회사업무 때문에 떠나는 출장도 별부담 없이 길을 나서는 여행정도로 인식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또 여행애호가들은 인터넷에서 패키지 여행상품을 구입하는 데에도 가장 적극적일 뿐만 아니라 여행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해봐도 다른 계층에 비해 눈에 띄게 높게 나타났다. 예를 들어 여행애호가들 중에 최근에 다녀온 여행에 대해 ‘만족한다’고 대답한 사람의 비율이 71%를 기록했는데 이는 일벌레(63%)와 여행기피자(59%)들에 비해 각각 8∼12%포인트나 높은 비율이다.
따라서 온라인 여행사들은 여행애호가들이 인터넷에서 여행상품을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속도와 편의성, 가격 등 3가지 기본조건 외에 풍부한 여행정보까지 제공한다면 ‘여행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틈새시장에서 좋은 결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온라인 여행사들에 일벌레들은 결코 큰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 못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고객을 무시할 수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온라인 여행사가 이들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의 문의와 예약 등의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또 경쟁력있는 가격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시간이 아까운 일벌레들에게는 인터넷에서 예약서비스를 확실하게 제공하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부류에 속하는 비즈니스 여행객들 중 약 절반(47%)이 다음에 묵을 호텔을 예약할 때 ‘꼭 인터넷을 이용한다’고 대답한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여행기피자들을 단골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이들이 출장을 ‘너무 지루하다’ ‘혼란스럽다’ ‘귀찮다’ 등 부정적으로 느끼고 있는 점을 역이용하는 전략을 택하면 의외로 쉽게 성공할 수 있다. 여행기피자들은 번거로운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예약하는 이유를 ‘영수증 발급’ 및 ‘보관이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비율이 37%에 달할 정도다. 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서비스는 두가지 밖에 없다. 바로 ‘속도’와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 대가는 여러분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여행기피자들 중 출장을 다녀오는 데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4%)는 사실이 이를 보증한다.
<서기선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