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남 ET담당 부국장
세계 최대의 초고속인터넷 사용 인구, 세계 최고 수준의 이동전화 보급률, 세계에서 가장 지능화된 단말기 유통국, 세계 처음으로 3세대 이동통신을 상용화한 국가.
이 모두가 우리나라 통신산업에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통신이 도입된 지 100년 만에 전세계에서 우리나라는 가장 진화된 통신네트워크 인프라 및 단말기를 보유한 통신대국으로 세계 선진국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기에 이른 것이다.
오늘날 인터넷의 등장과 IT 신기술 발전 그리고 통신네트워크 고도화 등은 경제·사회·문화의 기존 틀에 엄청난 파장을 미쳐 패러다임 전환을 촉진시키고 있다. 그 충격파는 과거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탈바꿈한 산업혁명에 필적하고도 남음이 있다.
패러다임 전환기라는 환경변화는 통신사업자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준다. 통신대국이라는 막강한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 통신사업자에 새로운 사명이 부여돼 있다. 핵심사업 영역이 음성에서 데이터로 그리고 e비즈니스로 전환하는 주임무가 그것이다. 이들은 개척하는 만큼 신천지에 대한 기득권과 세계적인 명성을 함께 부여받게 된다.
우리나라 통신 이용자 기반은 이용능력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음성은 물론이고 단문메시지·무선인터넷게임·인터넷쇼핑·e금융 등 복잡한 업무를 이동전화 단말기로 처리하는 단계다. 먼 미래의 일로 여겼던 e비즈니스가 우리 삶과 공존하고 있다. 삶과 함께하는 만큼 새로운 양상의 소비자문화가 생성되고 미래 경제를 담당할 대중적인 e비즈니스 모델이 싹트고 있다.
이러한 가능성은 바로 통신 패러다임 전환에서 비롯된다. 그간 통신분야 패러다임 전환이 네트워크 구축, 신기술 개발, 기술과 기술의 결합, 단말기 보급이 주도하는 양적 변화였다면 앞으로는 소비자들이 본격적으로 e비즈니스 이용에 참여하는 질적 변화의 시기를 맞게 된다. 루슨트테크놀로지스·BT 등 통신 선진국가라고 자처해온 각국의 지배적 통신사업자들이 인원 감축, 규모 축소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시점에 우리는 새로운 질적 변화에 직면해 있다. 그것도 IMF라는 위기를 당당히 극복하고 전세계 통신시장에서 가장 큰 잠재력을 지닌 통신기술과 서비스 시장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물론 세계 각국 통신사업자도 패러다임 전환에 대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는 탄탄한 통신가입자 기반 인프라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더욱 빠르다. 이러한 움직임이 우리나라를 뉴 패러다임시대에 통신대국으로 성장하게 만드는 가능성을 갖는다. 국내 통신사업자가 성공적인 시장을 창출하고 수익모델을 만든다면 세계 선진 IT기업들로부터 부러움을 한 몸에 받게 된다.
이는 우리 통신사업자들의 역할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특히 다수의 전문가들은 올해를 대중적 e비즈니스 확산 시점으로 내다보고 있어 통신사업자에 거는 기대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경제의 핵심인 e비즈니스가 생명력을 확대하기 위해 통신사업자들은 우선적으로 사업자 편의주의적 발상에서 탈피해야 한다. 통신네트워크와 연결된 단순한 정보 전달, 이를 통한 소액의 통화료를 거둬들이는 기존의 e비즈니스 수익모델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e비즈니스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e비즈니스가 대중 속에 파고들어 사용이 보편화되려면 우선 이용자 기반이 충분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이동전화 가입자 3000만 시대에 살고 있어 이용자 기반은 갖춰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단말기, 지능화된 단말기의 보급이 아직 충분치 않아 보다 사용자들이 쉽게 e비즈니스를 구현하게 하는 데는 미숙하다. 또 e비즈니스는 콘텐츠를 확보했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일상생활 즉 사용자가 인터넷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다양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마련돼야 한다는 게 기본이나 우리는 이를 간과해 왔다.
이동전화 3000만 시대는 더 이상 신규 수요는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반면 새로운 모바일시대 즉 모바일비즈니스, e비즈니스를 열 수 있는 사용자 기반은 충분하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통신사업자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만큼 사고의 질적 변화가 요구되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