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표준원 김동철 원장 dckm@ats.go.kr
지금 세계는 극심한 무한 경쟁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어 기업들은 국제경쟁력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갖는 기술의 확보가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은 후발공업국에서 세계 1등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원천기술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세계 1등기술을 확보하는데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물론 개발제품이 세계시장을 석권하여 사실상의 표준으로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 할 수 있지만 이는 매우 많은 시간과 투자를 필요로 한다. 다른 하나의 방법은 개발된 기술을 국제표준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렇게되면 많은 국가나 기업들이 이를 따를 수밖에 없게 되어 자연스럽게 세계 1등기술로 채택되고 세계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일반적인 국제표준화는 국가표준으로 채택된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제안되고 국가간의 합의절차를 거쳐 결정되게 된다. 그러나 IT분야 기술표준의 제정에는 기존의 표준화 절차와는 다르게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아직 개발되지 않은 기술들에 대해 목표치를 먼저 설정하고 이 가운데 가장 우수한 기술, 즉 세계 1등기술을 선정해 국제표준으로 채택한다. 선기술개발 후표준화 방식이 아닌 선표준화 후기술개발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국제표준 자체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산업화과정에서 대부분의 기술을 해외로부터 도입했기 때문에 기술을 국제표준에 반영시킨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IT산업 기반이 세계최고 수준으로 구축되면서 우리나라 IT기술이 국제표준에 반영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동영상압축기술인 MPEG 분야에서의 우리나라의 기술표준 전문가의 활약은 놀라울 정도다.
1988년도부터 시작된 ISO/IEC MPEG 표준화 회의는 DVD 및 HDTV 방송을 위한 MPEG2의 기술을 비롯해 지금까지 총 48개의 국제규격을 제정했다. 우리나라는 조금 늦은 1992년께부터 참여해 MPEG2 분야 총 3개의 기술을 처음으로 국제표준에 반영시킨데 이어 최근에는 MPEG21 분야에까지 우리의 기술을 반영시켜 나가고 있다. 국내기업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등이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부터는 전체기술의 20%를 우리기술로 채택시키는 데 성공, 현재 멀티미디어 최강국인 일본· 미국 등과 대등한 수준까지 성장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지난 3월에는 전세계 23개국 300여명의 멀티미디어 동영상 기술 전문가들이 모인 제59차 ISO/IEC MPEG 표준화 회의를 제주도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 우리나라는 가장 많은 115명의 대표단이 참석하여 우리나라 동영상산업의 활력을 세계에 알렸다.
이번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MPEG4 분야에서 삼성에서 제안한 3차원 애니메이션 정보 압축기술 3개가 국제표준의 기술위원회안으로 채택됨으로써 지금까지 총 58개의 우리기술을 국제표준에 반영시키는 개가를 올리게 됐다.
우리나라가 1963년도 ISO/IEC 국제표준화 기구에 가입한 이래 ISO/IEC의 총 2,000여개의 표준화 그룹 활동 중에서 MPEG 분야만큼 활발한 활동과 성과를 올린 분야는 이제까지 없었다. MPEG과 관련하여 지난해까지 올린 우리나라의 특허료 수입만도 1800만달러를 기록하고 있으며 금년도부터는 국내외의 디지털TV방송의 활성화와 더불어 디지털TV 및 셋톱박스 생산 증가 및 MPEG4기술의 활성화에 따라 특허료 수입이 크게 증가해 2005년에는 약 3억달러에 도달할 전망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동영상압축기술이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국제표준화활동에서 세계의 전문가와 경쟁해 우리기술을 세계일등기술로 인정받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경주한 MPEG 전문가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MPEG기술 개발을 활성화하는데 적절하고 효율적인 기술개발 지원정책을 수립하여 이러한 성과를 달성한 관련 정부부처도 밑거름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제2, 제3의 MPEG들이 탄생, 전세계에서 하루에 한번씩은 회의가 열린다는 국제 표준화 회의에서 우리 전문가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 우리나라 산업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