냅스터가 실낱같은 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지난해 7월 미 지방법원의 서비스 중단 판결이후 내리막길을 걸어오던 냅스터에 동일한 법원이 최근 다시 희망적인 결정을 내림으로써 협소하나마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서비스 재개일정이 마냥 지연되면서 미국 업계에는 “냅스터가 이대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이는 물론 냅스터의 서비스가 계속 연기되고 있는데 따른 분석이었다.
지난해 워너뮤직·EMI·BMG·유니버설뮤직·소니뮤직 등 5대 오프라인 음반업체들의 지적재산권 침해소송으로 무료 서비스를 중단했던 냅스터는 당초 지난해에 유료 형태로 서비스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올 3월로 늦춰졌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언제 서비스를 시작할지 모르는 상황으로까지 밀렸다.
냅스터 서비스 지연의 가장 큰 이유는 오프라인 음반업체들과의 계약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데 기인한다. 냅스터 사이트에는 “음반업계와 계약이 끝나는 대로 서비스를 재개하겠다”는 문구가 올라있지만 콘래드 힐버스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안에 재개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노라고 말하고 있고 회사 공식적으로도 정확한 서비스 재개일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냅스터가 갖는 상징성 때문인지 음반업계는 그동안 냅스터를 그대로 놔두지 않겠다는 심산을 공공연히 내비쳤다. 냅스터를 음반시장 위축의 주범으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에다 수익모델로 냅스터와 유사한 음악전송 벤처 ‘뮤직넷’ ‘프레스플레이’를 출범시킨 이후 음반업체들은 냅스터의 서비스 재개를 한층 더 달갑지 않게 여겼다.
이런 가운데 최근 냅스터에 한줄기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서비스 중지판결을 내렸던 판사가 이번에는 유리한 판결을 내린 것이다.
지방법원 마릴린 홀 페이텔 판사는 냅스터에 음반업체들의 반독점 여부를 입증하는 문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음반업체들이 유료 서비스를 하겠다는 냅스터의 요구를 외면하면서 자기들끼리 온라인 음악전송 서비스를 구축하는 등 공정경쟁을 위협했다”며 법원이 이 문제를 검토해줄 것을 요청한 냅스터에 대해 페이텔 판사는 “검토할 만하다. 음반업체들이 반독점 규정을 어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는 냅스터도 밝히고 있듯이 이른바 ‘대세를 좌우할 만한’ 판결은 아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이 “상황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냅스터의 주장이 업계 안팎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로써 냅스터는 음반업계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파일교환 서비스의 대명사 냅스터가 이번에 잡은 끈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냅스터에는 회생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