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대만 자본이 우리 정보통신업계에 대거 유입되고 있다. 산업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2월 말까지 투자유치규모는 7건, 120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4건, 100만달러에 비하면 12배 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이처럼 대만 자본이 대거 몰리는 것은 그만큼 투가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의 신용등급이 IMF사태 이후 처음으로 A등급으로 회복됐고 각종 경제지표도 호전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대만의 CDIB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아셈벤처캐피탈이 전면에 나서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고 벤처캐피털인 CID도 한국사무소를 개설했다. 여기에 더해 일부 대만 업체들이 우리 벤처캐피털을 통해 투자회사를 물색하고 있다. 따라서 대만 투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물론 대만 투자를 액수 면에서 보면 미국·일본 등과 비교할 만큼 규모가 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대만 업체들이 우리나라 컴퓨터 및 관련 주변기기업체들의 생산을 의뢰받아 이를 수행해온 하청업체의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대만 업체들의 투자는 다르게 봐야 할 것이다.
외국이 자본을 투자할 때 의사결정 포인트로는 시장개방성·국가신인도·투자수익성 등이 꼽힌다. 대만 업체들은 이 세 가지를 우리가 모두 충족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산업생산 증가율의 회복세와 증시 900선 돌파,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3로 상향조정한 점 등이 대만 투자의 동인이라고 하겠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대만 자본의 국내 유입은 생산 및 고용창출, 기술교류, 외국 기업과의 경쟁을 통한 국내 기술개발 촉진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 재무·회계 등 선진경영기법을 적용하면서 튼실한 경영방식을 배울 수도 있어 바람직하다.
하지만 대만 자본 유입이 과연 우리 산업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막대한 폭리로 국부를 유출시키지 않을지 단정짓기는 어렵다. 우선 대만 업체들은 노트북PC, PDA, 3세대 CDMA 방식의 무선통신 기능을 제공하는 부품 및 핵심기술 보유업체들에 대한 투자에 관심이 많다. 한창 벤처기업들이 성황을 이루던 2000년경에 이동전화단말기·노트북PC·PDA 등의 생산업체에 투자해 짭짤한 재미를 본 경험을 다시 한번 살려 보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대만 업체들의 자본투자 제의는 해당 업체들이 모든 것을 냉철하게 분석해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만은 요즘 인력투입이 많은 제품생산은 중국으로 이전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생산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추세다.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으로 산업구조를 전환하지 않으면 세계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 업체들이 현재 우리나라가 국제 경쟁력을 갖고 있는 PDA, 노트북PC, CDMA 관련 분야에 자본을 투자하려는 것은 여러 가지 미래 를 위한 포석의 하나다.
따라서 조급하게 대만의 자금투자 제의를 모두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의 기술우위 분야를 면밀히 검토해 단계적으로 기술을 전수하는 등 서로 원하는 다양한 협상전략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