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텔레콤이 지난해 83억유로에 달하는 대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이런 대규모 적자의 원인이 100억유로를 상회하는 엄청난 투자자산 손실액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간 프랑스텔레콤의 무리한 기업확장정책을 주도해온 현 경영진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블룸버그와 AFP 등 외신들은 프랑스텔레콤이 최근 유럽통신시장 침체로 발생한 총 100억2000만유로의 투자자산 평가손실액을 지난해 영업실적에 반영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실적으로 반영된 손실액은 미국 NTL 주식 46억유로, 독일 모빌콤 주식 32억유로, 네덜란드 이퀀트(Equant) 주식 21억유로, 텔레콤 아르헨티나 주식 3억6000만유로 등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프랑스텔레콤은 지난해 영업부문에서 19억유로의 순이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82억8000만유로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7년 민영화 이후 프랑스텔레콤이 적자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그 적자액 또한 프랑스 기업사상 두번째로 큰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자산 손실액과 그에 따른 기업의 적자반전 사실에 대해 프랑스텔레콤의 CEO 미셸 봉은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간 유럽통신업계를 강타한 기업확장 열풍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프랑스텔레콤도 “다른 통신업체들을 빠르게, 그것도 높은 가격으로 매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비록 이러한 기업확장으로 큰 손실을 입었지만 프랑스텔레콤의 기존 영업이 그 어느 때보다도 튼튼하다는 점에서 올해부터는 다시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프랑스텔레콤의 최대 주주인 프랑스 정부 또한 이러한 경영진의 입장을 두둔하고 있다. 프랑스 재무부는 현 경영진이 제출한 경영계획안을 지지하고 있으며 정부로서도 이의 실현을 위해 가능한 모든 지원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4월과 5월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프랑스텔레콤 같은 거대기업의 문제점을 자꾸 들추어내 봤자 득될 것이 없다는 입장인 셈이다.
그러나 프랑스 금융계와 통신업계에서는 이번 프랑스텔레콤의 적자반전 사실을 계기로 현 경영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 경영진이 실권을 장악한 지난 2년 동안 이 회사의 부채 규모가 4배 이상이나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조달된 자금으로 거액의 부실자산을 매입함으로써 회사 경영이 급속도로 악화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텔레콤의 부채 규모는 현재 총 600억유로를 넘어서고 있어 유럽 통신업체들 가운데에서도 수위를 달리고 있으며 이 회사의 주가 또한 최고가 대비 85퍼센트나 하락하는 등 그 경영사정 또한 말이 아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현재 프랑스텔레콤 주식에는 약 160만명의 소액주주들이 투자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민영화 당시부터 이에 투자해온 프랑스 공무원들이라는 점이다. 이번 프랑스텔레콤의 대규모 적자로 타격을 받게 될 이들 공무원들이 정부의 입장처럼 현 경영진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