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훈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
한국은 경쟁이 극심한 세계시장에서 무엇으로 국부를 창출할 수 있을까. 또 그 근본적인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우리나라가 G7 국가라고 하면 과학기술도 이에 걸맞아야 한다. G7 국가로 이에 합당한 과학기술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면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라 말하기 어렵다. 사실 선진국은 기술혁신을 통해 세계 일류상품을 만들고 거기서 얻은 높은 부가가치와 이윤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한다.
하지만 기술보다는 값싼 인건비 따먹기 식으로 생산활동을 영위한다면 산업의 주도권을 언젠가는 후발국에게 빼앗기고 말 것이다. 그나마 얼마되지 않는 이익마저 연구개발 분야에 제대로 투자하지 않는다면 선진국 진입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3대 지주는 산·학·연(정부의 대행자)으로 이루어진다. 기술혁신의 주체는 산(産)이어야 하며 학(學)은 여기에 필요인력을, 연(硏)은 기술기반을 공급하는 것이 주업무다. 정부는 최근 이를 인식하고 국가 과학기술기본계획을 수립해 과학기술력 향상과 기술혁신을 꾀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향후 5년 동안 이른바 6T(IT·BT·NT·ET·ST·CT)를 우선적으로 육성하고 이를 위해 인력양성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는 기술혁신에서 인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반도체산업이 전통산업(기간산업이 옳은 표현으로 본다)의 범주로 넘어갈 정도로 IT산업이 발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IT산업과 관련해 필요한 인력을 키워내는 교육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문제가 많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정부가 이를 보완하는 시책을 속속 내놓고 있어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럼 2개 기술 분야의 인력양성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나노기술부터 한번 보자. 나노기술의 야심찬 계획을 누가 맡느냐 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인력양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인력양성을 무시한 계획의 졸속 수행으로 말미암아 나노기술과는 거리가 있는 인사들이 먼저 이 자리를 차지하고 신진 인력의 진입을 막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계획 수행의 초기단계에 해외로 우리 학생을 많이 내보내 훈련을 받고 돌아오게 하는 방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BT의 경우에는 해외에서 잘 훈련된 우리의 인력들이 현지에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면서도 귀국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가 BT계획을 달성하려면 이들이 귀국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러면 왜 정부 출연연구소가 현재 이들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는가. 우선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가 기업(대학도 마찬가지다)이 필요할 때 훈련된 인력을 공급하는 출연연구소에 대한 국가의 예산투입이 인색한 것이 첫번째 이유다. 다음은 출연연구소의 여건이 대학보다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출연연구소는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고 그 노력의 결과는 기관의 소유기 때문에 연구원 개인에게 돌아오는 것이 적은 반면 학교는 하고 싶은 과제를 하고 노력 결과는 전부 교수의 개인 자산이 된다. 이런 점을 감안해 선진국에서는 연구원의 보수가 교수보다 높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는 그 반대 현상이므로 정부의 대행자인 출연연구소가 이 구실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이같은 사실을 직시한 젊은이들의 현명한 판단이라고 보아야 하며 처우개선이 과학기술자 사기진작의 첩경임은 상식에 지나지 않는다. whpark@koci.re.kr
(알림 : 오늘부터 박원훈 이사장이 전임 박규태 이사장 대신 월요논단 필진으로 참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