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계의 가뭄을 해갈해줄 단비 같은 소식이 드디어 왔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세계적 신용평가회사인 미국의 무디스가 28일 이례적으로 우리나라의 국가신용평가등급을 2등급이나 상향조정한다고 발표, 국가신용도를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올려놨다.
이로써 IMF관리 대상에서 졸업한 후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제기돼온 우리나라 신용등급 저평가 문제가 해소됐다. 연간 10억달러 규모의 외환부채에 대한 이자감소 효과가 가장 큰 소득이다. 신용등급이 1등급 상승할 때 차입금리가 0.035% 떨어지는 효과에 따른 결과다.
이번에 무디스로부터 국가 신용도를 상향조정받은 배경에는 외환보유고의 지속적 확충과 대외부채 감소, 그리고 신축적 경제운영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를 최근의 몇 가지 현실과 대비해보면 낙관으로만 일관할 수 없다는 우려감을 자아낼 만하다.
여러 관점이 있겠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국가 신인도의 기초가 되는 가계와 개인의 경제적 신용도, 그리고 향후 국가 경제를 지탱할 희망인 IT산업 분야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이공계 핵심인력 부족 문제 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크게 늘어난 가계 부채와 최근 사회문제로까지 비화한 개인 신용불량자 문제를 보자.
얼마 전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1년 중 가계 신용 동향의 내용을 보면 지난해 가구당 부채가 2330만원에 이른다. 이는 평균치를 말한 것이므로 실제 개인의 부채는 이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에 이를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신용카드 범람과 무분별한 사용에 따라 개인의 카드 빚 증가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음은 언론에 보도된 대로다.
국가가 합리적이고 안정적 경제 운영을 통해 과거의 실수를 간신히 회복한 마당에 경제단위인 가계와 개인의 경제적 신용지수는 떨어지는 쪽으로 가고 있다면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또 하나 보수적인 무디스가 이번 조치의 주요 배경으로 꼽은 다양한 산업구조와 IT산업의 경쟁력 요소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무디스는 한국의 지속적인 구조조정 노력과 함께 다원화된 경제구조, 특히 IT를 비롯한 신산업 분야의 발전을 언급했다. 그러나 연구인력 부족의 위기가 국가 생존 기반을 무너뜨릴 정도의 위기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정부의 이공계 인력확보책 역시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국가신용도가 높아져 연간 10억달러의 외환절약 효과를 보게 됐다지만 지금까지의 노력을 반영한 것일 뿐이다. 무디스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1000포인트까지 갈 것이라는 최근의 증시과열 분위기와 달리 증시의 반응이 차가웠다는 것은 무얼 말하는가.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은 국제적 투자 자본을 이익확보 위주의 단기투기집단인 ‘뿔이 짧은 소’ 그룹과 장기적 투자를 통한 이익 회수를 노리는 글로벌기업 산하의 ‘뿔이 긴 소’ 그룹으로 구분한 바 있다.
국가신인도 회복과 맞물린 가계·개인의 신용도 저하가 이공계 연구인력 부족이란 복합상황과 맞물린 가운데 우리가 향후 어떤 ‘소’를 불러들이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