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IMS4U 대표 이원섭
최근에 만났던 한 시스템통합(SI)업체 관계자는 그룹사들이 계열 SI회사를 밀어주기 않고 경쟁업체와 동등하게 공개경쟁을 통해 업무를 위탁하기로 했다 하여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 회사에는 안된 얘기지만 속으로는 참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구나 하며 흐뭇했었다.
SI업계가 아직도 많게는 매출의 80% 이상을, 적게는 50% 이상을 그룹사들에 의존하면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고 좋아하는 풍토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은 요원한 이야기로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 매출이 순수하게 SI관련 매출이면 그래도 위안을 삼을만 하지만 컴퓨터 등 하드웨어 매출도 포함한 매출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어차피 기업의 생존경쟁력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키워야 한다. 봐주기식 온실경쟁력으로는 어느 시장에서도 이길 수 없다. 국내시장에서부터 힘든 경쟁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만 한다.
SI산업이 세계로 나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두말할 필요 없이 기술력이다.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제품이나 솔루션이 있어야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것이다. 아주 작은 부분에서라도 핵심·원천기술을 확보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이 기술연구소 등을 만들고 고급인력들을 채용해 연구개발(R&D)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SI업체들도 이제 안방에 앉아 연구소를 운영할 것이 아니라 진출하려는 시장에 맞는 제품과 기술을 현장에서 직접 개발해야 한다. 어차피 세계시장에 나갈 시스템이라면 현지 사용자의 문화적 요소를 간과해서는 성공하기 힘들다. 한국인의 시각과 정보로 개발하는 솔루션으로는 미국이나 유럽의 사용자들을 만족시키기 어려운 것이다. 중소 벤처기업들이 실리콘밸리 등 현지시장에 연구소를 설립해 솔루션을 개발하는 사례를 대기업들도 이제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우수인력들에 대한 관리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인력 채용에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면서도 이미 채용된 인력의 육성과 활용에는 매우 소홀한 것이 현실이다. 채용 따로 활용 따로의 인식도 문제지만 해외의 우수인재를 확보하고서도 전공분야에 맞는 프로젝트에 투입해 스킬업(skill up)을 통한 업계발전을 꾀하기보다 여러가지 프로젝트에 2∼3중으로 투입해 비싼 인건비만 챙기면 된다는 식으로 인력을 관리하는 것은 마이너스로 작용할 뿐이다.
마케팅 강화도 중요한 부문이다. 해외 유수의 기업들은 통상적으로 글로벌 경쟁체제에서의 핵심요소로 브랜드 파워와 해외시장 개척력 등 마케팅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어떤 제품을 어디에 어떻게 팔 것인가 하는 마케팅 중심의 사고에서부터 출발해야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에는 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IMC)이나 마케팅홍보(MPR)라는 개념조차 낯설다. 기술개발과 세일즈에는 많은 투자를 하면서도 정작 마케팅에 대한 인력이나 투자에는 뒷전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국내시장에서는 이런 개념이 없어도 어느 정도의 비즈니스는 가능했었다. 하지만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탄탄한 마케팅 컨셉트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승패는 불 보듯 뻔한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마케팅은 세일즈를 전면에서 도와주는 가장 기본적인 지원수단임과 동시에 가장 강력한 무기다. 제품 개발에서부터 시장조사, 제품 반응도 사전조사, 브랜드 네이밍, 제품 론칭 그리고 세일즈까지의 통합적이고 일관된 마케팅 컨셉트를 가지고 출발해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우수한 글로벌 마케팅 인력과 계획을 가지고 세계시장에 대비한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우리의 관행과 우리의 잣대로 글로벌화를 추진하지는 말자. 더 이상 우물안 개구리식의 발상으로는 세계시장이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