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중비즈니스의 실체

 기자가 중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처음에 중국을 찾았을 때는 중국 경제의 심장부라 일컬어지는 상하이, 선전, 광저우지역이었고 이번에는 베이징이다. 첫 번째 방문에 이어 두번째 방문에서도 첫번째와 마찬가지로 중국이라는 거대한 벽에 힘겨워하는 국내 업체들의 현실을 보게 된다.

 국내 기업들에 중국시장은 빼놓을 수 없는 과제요, 희망이다. 수많은 업체들이 중국에 진출하고 최근에는 IT관련 기업들의 진출도 붐을 이루고 있다. 특히 벤처기업들은 탁월한 기술을 대가로 중국현지업체에 마케팅력을 사는 식으로 중국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얼른 봐서는 기브-엔-테이크(Give and Take)의 동등한 관계다.

 그러나 중국업체들이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기업을 보는 관점은 180도 다르다. 한마디로 ‘한국같이 작은 나라의 업체들이 감히 어딜 들어와’하는 식이다. 그래도 일부는 애걸복걸하니 한번 봐주는 식으로 자신에게 전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내세우며 파트너십을 체결한다. 이를 두고 한국에서는 중국진출이라고 표현하지만 중국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중국으로 올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의 한국 기업들에 아량을 베푸는 것쯤으로 해석한다.

 실제 중국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기술을 들고 중국업체를 찾아와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운 좋게 중국업체와 손을 잡은 국내 업체도 실상 내막을 들여다보면 자존심 꺾고 아쉬운 소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기가링크라는 네트워크벤처기업이 1일 중국의 대형 업체인 칭화둥팡사와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협력체결 행사장에 참석한 다른 국내 업체 관계자들은 칭화둥팡을 파크너로 잡은 기가링크에 부러움의 시선을 내보였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것이 협력을 통해 이 업체가 얻을 경제적 이득보다도 칭화둥팡사의 좋은 매너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그나마 한국업체의 얘기를 들어주는 파트너를 만나게 돼 부럽다는 것이다. 다른 국내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서 겪는 고충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대중국 비즈니스에서 우리가 바라보는 중국은 적어도 동등한 관계일지 모르지만 현지에서는 철저한 갑을관계로 나타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했다.

 <베이징=엔터프라이즈부·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