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팩과의 합병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는 휴렛패커드(HP)가 합병에 반대하고 있는 창업자 아들인 월터 휴렛 이사를 차기 이사 멤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양측간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2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HP는 오는 26일 주주들의 이사 신임 총회를 앞두고 새 이사 명단에서 월터 휴렛 현 이사를 빼고 주주들의 신임을 물을 예정이다. 이와 관련, 샘 긴 HP 이사회 의장은 “휴렛이 현 경영진을 상대로 합병저지 투쟁을 벌여왔는데도 우리는 그를 이사로 재지명하려 했다. 하지만 그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까지 내 더이상 그를 이사회 멤버로 남겨 둘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휴렛은 미국시각으로 지난달 27일 델라웨어 챈서리 법원에 HP가 합병을 무리하게 성사시키기 위해 부당한 방법으로 주주들의 지지표를 긁어 모았다고 주장, 소송을 제기했다. 창업자 가족 중 유일하게 HP 이사이며 지난 15년간 이사 활동을 해온 휴렛은 HP 이사회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으며 휴렛과 입장을 같이 하며 컴팩과의 합병을 반대하고 있는 휴렛 지지자들도 “피오리나는 반대자는 무조건 거세해 왔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현재 HP 이사는 휴렛과 피오리나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필립 M. 컨디트, 패트리셔 C 던, 샘 긴, 리처드 A 헥본, 조지 A 키워스2세, 로버트 E 노울링주니어, 로버트 P 웨이먼 등 9명이다. 그런데 만일 26일 주총전까지 컴팩과의 합병안이 공식 통과가 안되면 HP측은 휴렛을 제외한 이들 8명만을 대상으로 주주들의 신임을 물을 방침이고, 만일 합병안이 26일 전까지 공식 통과되면 이들 8명에 컴팩측 이사 4명(마이클 D 카펠라스, 로렌스 T 바비오 주니어, 샌포드 M 리트백, 토머스 J 펜킨스&루실 S 살하니)을 더한 총 12명의 이사에 대해 주주들의 신임을 얻을 예정이다.<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