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된 조기교육 열풍이 또 한번 국제적인 망신거리로 등장했다. 일부 극성 부모들을 중심으로 영어 발음을 잘할 수 있게 해준다는 명목으로 혓바닥 밑 부분을 절개하는 수술이 성행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5세 이하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루 10건 이상의 수술을 하고 있다는 한 의사의 멘트까지 인용, 외국의 한 신문이 보도하고 나서면서 국제적인 비웃음거리로 회자되고 있다. L발음과 R발음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이 기정사실처럼 전파되면서 너도나도 멀쩡한 혀를 자르는, 이른바 ‘과학에 대한 무조건적인 맹신’이 21세기 첨단 정보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강남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이 수술이 보도의 내용처럼 쉽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느낌이다.
언어는 곧 문화라고 생각한다. 태어나 자라면서 문화를 체험하며 느는 것이 언어다. 제아무리 혀를 잘라 L발음과 R발음을 잘하더라도 그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나라 사람들의 말을 그만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 설령 혀끝을 자르는 수술을 하더라도 효과에 대해서는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세계가 하나가 되는 국제화 시대를 맞아 영어의 중요성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중을 더해가고 있다. 외국어와 컴퓨터는 이제 사회에 진출하는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기본’으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영어를 잘하면 업무를 처리하는 데도 엄청난 도움이 됨은 물론 생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남보다 더 좋은 실력을 갖게 하고자 하는 부모의 심정은 일면 이해할 수 있다. 또 아무도 그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말할 자격이 없다.
그러나 유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액의 영어 유치원에서 보듯 일부 극성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은 그것을 바라보는 대다수의 부모들에게는 허탈감을, 사회 전체에는 지나친 경쟁심리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 일반 근로자의 한달 월급에 육박하는 액수를 지불해야 하는 영어유치원이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성업중이다. 영어유치원에 입학이 허가됐을 때 마치 세칭 일류대학에 합격한 것처럼 눈물을 쏟았다는 엄마들의 이야기도 심심찮게 듣고 있다. 일부업자들의 귀족마케팅과 부모들의 교육열이 어우러져 드러나고 있는 현상이지만 대다수의 서민들은 여간 씁쓸한 심정이 아니다. 지나친 경쟁에서 발생하는 이상 교육열은 실제 아이들의 교육에는 전혀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면서 우리 교육을 기형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성욱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