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양심에 `털`난 사람들

 ◆장혜정 이비젼 대표이사 momo@evision.co.kr

벌써 4월이다. 3월이 지나면서 회사마다 한차례 작은 술렁거림이 있다. 연봉을 재계약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기대, 실망, 설득이 바로 그것이다. 경영진은 늘 작년보다 올해가 어렵고 안좋을 것이라고 얘기하고, 직원들은 작년에 볼멘소리를 들었으니까 올해는 뭔가 달라지겠지 하면서 기대를 한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전화가 많이 온다. 경영진은 좋은 사람 있으면 추천 좀 해달라 하고 직원들은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곳으로 옮기고 싶단다. 회사는 늘 인재가 없다고 한탄을 하고, 직원들은 자기가 더 훌륭하고 중요한 일을 해야 하는데 제대로 배치가 안됐다고 투덜거린다.

 그러나 알고 보면 회사에 인재가 없는 게 아니라 인재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고 제대로 쓰지를 못하는 회사가 있는 것이고, 자기의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나’가 있는 게 아니라 회사가 원하는 진짜 실력을 갖추지 못한 채 투덜거리는 ‘나’가 있을 뿐이다.

 지금 세상에는 자신의 모습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다. 본인의 실력을 기르고 내실을 다지는 데 힘쓰는 게 아니라 요령과 술수로 지내다 보니 못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 격이다. 능력이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닌데 노력없이 대우만 바라는 형상이다.

 회사의 브랜드파워가 마치 나의 ‘몸값’인 줄 알고 함부로 협력사나 고객에게 무례하게 구는 정신 빠진 직원이 있고, 내 친구가 연봉 얼마니까 같은 책상에 있었다는 이유로 나도 덩달아 몸값을 올리는 겁없는 기술자들이 있으며, 평생동안 이룩한 일에 대한 존경과 열정을 일순간에 다 부수고 바꿔놓겠다고 벼르는 신참내기 경영진들이 있다.

 세상을 보니까 모자란 인간일수록 말이 많다. 실력이 없을수록 설명이 길고 어렵다. 겁이 많은 사람일수록 남을 못살게 군다. 자기가 모르면 남의 것은 다 가치 없고 불필요하다고 악을 쓴다. 문제는 이런 자신의 모습을 아예 모른 척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 양심에 털이 난 것이다. 큰일났다. 세상 더 시끄러워지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