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비자 피해유발 부담금

 소비자 피해를 대량으로 유발하는 업체에 ‘소비자 피해 유발 부담금’을 물려야 한다는 얘기가 소보원 등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환경 유해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에 환경 부담금을, 교통 장애를 유발하는 경우 교통장애 유발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처럼 빈번하게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업체에도 부담금을 물려 소비자 피해를 줄이고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재원도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어보자는 논리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논의나 법제화 추진을 위한 움직임은 없지만 이 같은 얘기가 나오는 배경에 대해 기업들은 주지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기업에 대한 소비자보호법 등 법적, 제도적 장치가 가동되고는 있지만 소비자 피해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소보원 통계에 따르면 소비자 피해상담 건수는 99년 20만건을 넘어 지난해에는 35만건을 넘어섰다.

 특히 소비자 피해 예방이나 피해 발생 후 분쟁조정 및 사실 확인 과정에서 막대한 국민 세금이 사용된다. 소보원을 비롯, 각종 소비자단체는 소비자의 권리 향상 및 보호를 목적으로 예산을 지원받고 있으며 정부 각 부처들도 관련 소비자 업무 가운데 피해와 민원을 해결하는 데 많은 인력과 재원을 소모한다.

 최근에는 TV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등 새로운 형태의 유통루트가 생겨나 신종 소비자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며 이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의 미흡으로 피해구제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에 따라 결자해지 차원에서 소비자 피해 유발로 인해 국민세금과 각종 인력을 소모하게 만드는 기업에 대해 과태료 형식의 부담금을 물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등장한 것이다.

 만약 소비자 피해 유발 부담금이 현실화된다면 기업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기업들은 ‘규제철폐’라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 항변할 수 있겠지만 기업경영이 소비자 보호 및 소비자 중심으로 흐르는 것 역시 역사적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선행돼야 할 것은 국내 소비자에 대한 보호와 소비자 중심에서 모든 것을 생각하고 운영하는 자세다. 심각한 환경난과 교통난 속에 등장한 환경부담금과 교통장애 유발 부담금처럼 소비자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해 소비자 피해 유발 부담금까지 기업들이 짊어지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정보가전부·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