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섭 아이네임즈 사장 tsyoon@idns.i-names.co.kr
닷케이아르(.kr) 도메인 등록대행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과 관련해 업계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의 주장은 간단히 말해 닷케이아르 경쟁체제를 도입키로 했으면 뜸들이지 말고 빨리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특정업체의 이익이 장기화되며 경쟁체제 도입의 취지가 퇴색된다는 것이다. 일견 맞는 주장같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전산원에서부터 한국인터넷정보센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도메인 등록업무를 계속해오면서 느낀 바로는 도메인 관련사업은 원칙적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준비도 덜된 상태에서 서둘러 경쟁체제를 시행했다가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메인 관리는 일관성과 안정성이 생명이다. 경쟁체제 도입도 중요하지만 이용자들이 안정적으로 도메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현재 국내 도메인시장의 현황을 살펴보면 시장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과당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임이 확연하다. 사업을 벌이다 갑자기 예고없이 문을 닫아버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도메인 등록 대행업체가 갑자기 문을 닫으면서 서비스가 중단돼 도메인 네임 등록권한을 잃어버렸다는 항의전화를 하루에도 수천통씩 받고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는 도메인 서비스 업체들에 대한 건실성 여부 확인없이 무작정 경쟁체제를 실시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일면에 불과하다.
최근 인터넷 도메인 서비스는 인터넷 사용환경의 변화에 따라 기존의 영어 도메인 외에도 다국어도메인, 무선도메인, 숫자도메인 등 신종 도메인 체계가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기존의 도메인 체계에 맞춰 제공할 수 있고 또 그래야 마땅한 부가서비스일 따름이다. 기존의 업체가 일관되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마땅하다.
일부에서는 이런 주장을 두고 기득권을 가진 업체가 시장을 모두 장악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만약 이들 부가서비스가 도입될 때마다 매번 새롭게 업체를 선정하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서비스료를 따로 부과한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너무나 엄청난 부담이다. 자원의 낭비이고 쓸데없는 시간낭비일 뿐이다.
이같은 중복투자와 과당경쟁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다종다양한 도메인 서비스가 난무할 향후에는 혼란상이 극에 달할 것이다.
따라서 등록서비스 대행에는 경쟁체제를 도입하되 총괄 운영 및 관리주체는 한 곳으로 지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이와 함께 새로 도입되는 도메인 체계를 효과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종합적이며 체계적인 틀을 만들고 각 영역별로 운영주체와 관리주체를 선정해 서비스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등록주관업체(레지스트리)와 등록대행업체(리제스트라) 및 재판매업자(리셀러) 등 3단계로 운영되고 있는 현재의 시장질서를 일단 인정하고 이를 발전적으로 수용하려는 자세가 전제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도메인의 안정적인 운영관리를 위해 인터넷주소자원관리법 등 법제도 정비도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고 논의과정 중일 뿐인데도 이해집단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강압으로 느껴질 따름이다. 누구를 위하여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경쟁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지, 진정으로 이용자들의 실질적인 편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지, 나아가 이를 의미있는 산업으로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자세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