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산화 바람부는 네트워크장비

 그동안 외산 제품이 주도하던 네트워크장비 시장에서 국산화 바람이 불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우리가 초고속망을 구축해 통신강국으로 부상해도, 지식정보 선진국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해도 우리가 사용할 각종 장비를 대부분 외산에 의존한다면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우선 우리가 국제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하는 데 장애가 될 뿐만 아니라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따라서 네트워크장비나 관련부품의 국산화는 디지털강국을 구현하려는 우리의 시급한 과제 중 하나라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이번 네트워크장비 시장에서 국산 돌풍이 일고 이로 인해 국산화율이 높아지는 것은 기쁜 일이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인터넷 사용인구가 많고 통신인프라가 완벽히 구축된 초고속망 강국이라고 해도 관련장비를 거의 외산에 의존하는 현실이라면 사실상 초고속망 강국이라고 자랑할 수 없는 일이다.

 다행스럽게 2000년 이후 국내 대기업 및 네트워크장비 전문업체들이 부단한 기술개발 노력과 장비국산화에 박차를 가해 해마다 빠르게 외산장비를 국산제품으로 대체하고 있다니 마음 든든하다. 이런 성과는 국내 업체들이 나름대로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성능향상에 노력해 온 결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간 국내 업체들이 외국 업체에 내주다시피 해온 네트워크장비 시장에서 국산 액세스급 장비가 외산장비를 물리치고 통신사업자에 공급됐고 최근에는 외산장비 일색이던 백본급 시장에서도 국산장비의 채용이 활발하다는 것이다.

 ADSL도 지난해 70% 수준이던 국산장비의 점유율이 올해는 90% 수준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시장은 불과 3년 전만 해도 외산장비가 국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해 국산제품은 명함조차 내밀기 힘들었던 분야다.

 특히 차세대 초고속 인터넷장비로 주목받고 있는 VDSL장비는 국내 20개 업체가 제품을 개발해 이 시장에서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메트로 이더넷 장비의 경우 아직까지 백본 스위치 분야는 외산장비가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분발이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시장규모가 백본 스위치보다 큰 액세스급 스위치 분야는 국산장비가 외산장비에 비해 성능 및 가격 측면에서 비교우위에 있어 다행이다. 무선랜과 액세스급 장비, 백본급 장비 및 교환장비 시장에서도 국산장비가 약진하고 있다.

 이처럼 네트워크장비의 국산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것은 국산장비가 성능과 가격 면에서 외산과 비교해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국산이라고 해도 성능에 문제가 있거나 성능이 같더라도 가격이 비싸다면 통신사업들이 구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국내 업체들은 이번 일을 디딤돌로 삼아 각종 네트워크장비에 대한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성능향상, 가격인하 등으로 경쟁력을 계속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 네트워크장비 시장에서 국산화율이 높아질 수 있다.

 우리는 지난날 핵심기술 개발에 소흘해 지금도 해마다 이동통신 원천기술을 보유한 외국 업체에 엄청난 금액을 로열티로 지불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앞으로 가격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국산 네트워크장비의 성능 향상에 주력하는 한편 핵심기술 개발에도 적극 나서 국산화율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