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이공계는 싫어"

 ◆이현덕 논설실장 hdlee@etnews.co.kr

 

 이공계 기피현상이 널리 퍼지고 있다. 이공계열에서 미등록 사태가 발생해 교육계와 학부모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더니 이제는 이공계의 휴학생이 늘고 있다고 한다. 갈수록 태산이다. 이 같은 이공계 기피현상은 고등학교와 대학원 진학에서는 더 심각하다. 공업계 고교 외 이공계 대학원 석·박사 과정이 미달 사태를 빚었다.

 사회 전반에 만연되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전직 과학기술부 장관인 모씨는 “과학기술자가 우대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야 한국이 과학기술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공계 기피현상이 확산되면 과학기술강국은 듣기 좋은 구호에 그칠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의 인력수급은 불균형 상태다. 첨단분야의 전문인력이 모자란다. 그런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이다. 한쪽은 모자라고 한쪽은 넘친다. 이런 상황에 이공계 기피현상까지 겹쳤다.

 지난 60∼70년대 이공계열은 인기였다. 고도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지금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우리가 서둘러 장·단기대책을 종합적으로 수립하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낙관하기 어렵다. 우선 과학기술인력이 갈수록 모자랄 것이다. 과학자는 미래산업의 양식을 만든다. 이런 인력이 모자라면 미래양식을 만들 수 없다.

 일부에서는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고급두뇌를 수입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한다. 지금도 연구기관에는 적지않은 외국 인력이 일하고 있다. IMF사태 이후 해마다 외국계 인력채용이 느는 추세다. 기술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급두뇌 수요도 늘어났다. 하지만 이를 수용한 국내 인력이 없으니 기업은 차선책을 선택하는 것이다.

 국가경쟁력 향상도 기대할 수 없다. 흔히 말하는 IT와 BT·CT·NT·ET 등 차세대산업의 기술개발도 힘들다. 우리는 선진국처럼 원천기술도 별로 없다. 과학기술예산도 정부 예산의 4.7%수준이다. 또다른 기술종속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우리는 2006년까지 IT를 비롯한 신기술 분야의 인력수요를 43만여명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대졸 인력은 22만여명에 그칠 것이란 예측이다. 기업들도 연구개발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 인력확보라고 말한다.

 이제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현상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는 한두 개 부처만의 노력으로는 안된다.

 이공계 기피의 가장 큰 원인은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다는 점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이왕이면 대우가 좋은 분야를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나무랄 수도 없다. 대안으로 기술고시 채용인력 확대, 교육의 내실화, 처우개선 등이 제시되고 있다.

 4월은 과학의 달이다. 한달 내내 전국 각지에서 600여개의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과학의 날 주제는 ‘과학의 힘 미래를 바꾼다’이다. 이런 행사가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사 못지않게 다른 분야로 쏠리는 미래 과학기술 주역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어야 한다. 바로 그런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일이 더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