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텔레콤(BT)이 자사의 인터넷 서비스 관련 자회사를 해외로 이전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인디펜던트는 BT가 영국의 통신업계에 부과되는 높은 부가가치세를 회피하기 위해 자사의 인터넷 관련 자회사 BT오픈월드의 근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표면상 BT는 경쟁사인 미국 아메리카온라인(AOL)이 영국내 부가가치세를 면제받는 것은 부당하며, 영국정부가 이를 시정하지 않을 경우 자신들도 그 근거지를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BT가 자회사의 해외 이전을 고려하는 진짜 이유는 미국의 AOL 문제보다도 영국의 지나치게 높은 부가세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유럽연합(EU)과 영국정부가 그동안 논란이 돼 온 AOL의 부가세 면제 문제에 대해 내년 7월부터 일체의 조세 혜택을 폐지하기로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BT는 AOL이나 프리서브 등과 같은 경쟁사가 영국보다 세율이 훨씬 더 낮은 다른 EU지역으로 근거지를 이전한 후 여기에서 발생하는 조세상의 이익을 영국시장에서의 가격경쟁에 활용하는 문제를 염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BT오픈월드의 CEO 알리슨 리치는 경쟁업체들이 “마데이라와 같은 편의지역으로 조세상의 근거지를 이전한다면 다른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들도 자구책 차원에서 동일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BT가 영국의 부가세 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그 세율이 시장판도에 영향을 미칠 만큼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AOL의 경우 부가세 면제 혜택으로 매년 4000만파운드의 이익을 보고 있으며, 이를 가격경쟁에 활용할 경우 가입자 한사람당 매달 약 4.5파운드의 가격인하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현재 영국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사용료가 월간 약 30파운드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가격인하로도 시장판도가 뒤바뀔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에 따라 프리서브 등 다른 경쟁업체들도 그동안 AOL의 부가세 혜택 문제를 거론하며 근거지를 해외로 이전하겠다는 구상을 거듭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번 BT의 해외 근거지 이전 구상은 그동안 영국정부가 추진해 온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사용요금 인하정책과 관련해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만일 BT가 정부의 요구대로 인터넷 서비스 요금을 인하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근거지를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할 경우, 영국정부가 이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큰 관심거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