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디지털로 공공부문 개혁을

◆김형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

 

 지식정보시대다. 그렇지만 우리 행정의 현주소는 아날로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는 가끔 집 인근에 있는 여의도 공원을 찾는다. 이곳은 도심 속의 아름다운 휴식처요 공원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산책을 하거나 사색에 잠긴다.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정자 등이 설치돼 있어 점심 때면 주변 빌딩의 직장인들이 이곳에서 짧은 야유회를 즐기기도 한다.

 이곳에 갈 때마나 나는 우리나라 행정의 현주소에 대해 생각한다. 이곳에 가려면 10차선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 이곳의 파란불 신호는 약 60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보행신호등일 것이다. 도로 폭이 60m에 달해 빨리 걷지 않으면 중간에 신호가 바뀔 수 있다. 차량이 시속 80㎞ 이상 달리는 경우가 많아 자칫 사고의 위험성이 적지 않다.

 여의도 동쪽에서 공원으로 가는 길은 모두 네 개다. 몇 년 전에는 광장을 가로질러 논스톱으로 신나게 달리던 차량들이 이제는 횡단보도 때문에 천천히 달려야 한다. 차량이 많은 간선도로에 횡단보도가 생기면 정체가 일어난다. 이로 인한 혼잡비용은 상당할 것이다. 

 여의도공원은 300억원을 들여 22개월 만에 완공됐다. 겉모습은 시민의 휴식공간으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그러나 자기집 앞마당처럼 친숙한 공원 구실은 못한다. 공원이 마치 섬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지금 여의도공원 밑을 통과하는 지하차도는 한 개다. 이 길로 곧장 가면 국회의사당이 나온다. 만든 지 오래 돼 비가 새고 볼품도 없다. 막대한 공사비를 들이는 김에 지하차도(인도 포함) 두세개만 더 만들었어도 좋았을 것이다. 바깥은 공원으로, 지하는 교통공간으로 만들었다면 시민의 편익증진에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서울시는 뒤늦게 여의도공원에 지하광장을 만든다고 작년에 발표했다. 그야말로 두 번 일이다. 이제 막 뿌리를 내린 나무와 화초와 잔디까지 다시 옮겨야 한다. 왜 한 번에 모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지 알 수 없다.

 좀 오랜 얘기지만 지하철 공사가 한창이었을 때 나는 관계 공무원에게 환승주차장을 많이 만들 것과 지하철이 통과하는 지상의 주요 교차지점은 지하차도를 만들어 차량이 논스톱으로 통과하도록 통합공사를 주문한 바 있다. 관계 공무원은 이미 서울시내 곳곳에 대규모 환승주차장 계획을 수립중이라고 했다. 집에서 인근의 지하철역까지만 차를 몰고 와서는 그곳에 차를 주차시킨 후 지하철을 타고 회사에 출근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주요 지하철역 주변에 대규모 주차장이 조성됐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가. 책임 있는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자리를 빨리 옮기는 것과 무관치 않다. 이들은 재임시 실적을 올리고자 하는 실적주의에 집착한다. 전임자의 정책이 좋든 나쁘든 무조건 바꾼다.

 결론적으로 말해 지식정보시대인 데도 전문가를 키우지 못하는 우리 공공부문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예산책정도 문제다. 애초에 주먹구구식 예산을 집행하다보니 제대로 일을 하려면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 예산을 증액받기가 어디 말처럼 쉬운가. 그러니 예산범위 내에서 급히 해치워 버린다. 잘못된 것은 다음 사람의 몫이다. 또 부처간 칸막이 싸움도 문제다. 도로 입체화가 안되는 것도 지하철공사와 교통부·철도청·서울시 간 손발이 안맞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기·통신·가스·상하수도 같은 지하매설물은 여러 기관의 이해가 얽혀 있어 상호협력이 쉽지 않다.

 디지털이 세상을 바꾸는 지금이다. 이제 공공부문의 시스템 개혁은 필요하다. 여의도공원 한 곳만 봐도 우리 행정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kho@kh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