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타워]스타 과학자 만들자

 한명의 대중적인 스타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정확한 수치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 영향력은 어떤 정치가나 교육자의 힘에 못지않을 것이다.

 어느 인기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끼고 나온 반지나 헤어스타일 등이 새로운 유행을 창조하고 박세리라는 골프선수로 인해 골프 붐이 이는 등 대중스타의 힘은 엄청나다.

 그러나 이런 대중스타의 인기가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때 조폭 영화들이 인기를 끌자 많은 청소년이 장래 되고 싶은 사람으로 조폭을 꼽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처럼 대중적인 스타는 청소년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서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4월 21일은 ‘과학의 날’이다. 정부에서는 과학의 날을 기념해 4월 한달을 과학의 달로 정해 놓고 정부와 관련 단체가 주관해 다양한 행사를 벌이고 있다.

 벌써 35년째인 과학의 날. 그러나 과학의 날에 대중적인 스타가 탄생하는 일은 없다. 그러다 보니 과학의 날 행사는 매년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일부 과학자들의 집안 잔치로 끝나왔다.

 한때 한글과컴퓨터의 이찬진 사장이 벤처 스타로 언론과 세인들의 관심을 끈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벤처 붐을 타고 많은 사람이 ‘억만장자의 꿈’을 좇아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벤처 붐이 비록 IMF로 된서리를 맞기는 했지만 이때 뿌려진 씨앗들이 지금은 하나 둘 열매를 맺고 있으며 수백억, 수천억원의 재산을 모은 벤처기업가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초기 벤처 붐을 이끈 이들은 대부분 이공계의 출신이었다. 이들이 벤처를 창업할 수 있었던 것은 과학기술교육을 통해 얻어진 새로운 지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대학과 정부 출연연구소 등에서는 연구와 함께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사회적인 무관심과 낮은 봉급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 비춰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중에는 벌써 신기술과 기반기술의 상용화에 성공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재산을 모은 과학자도 꽤 있다고 한다. 이제 스타 과학자가 탄생할 수 있는 산업적인 기반은 어느 정도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은 언론과 정부, 그리고 국민들의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 과학을 단순한 과학으로 보지 말고 산업 발전의 기초이자 견인차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물론 과학이란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발전하기 어려운 학문이다. 그리고 많은 과학자들이 세인의 무관심 속에서도 묵묵히 자기 연구 분야에 평생을 바치고 있다. 그들은 존경받아야 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학도들이 대중 앞에 나오려는 노력을 소홀히 해선 안될 것이다.

 대중적인 스타는 어떤 의미에서는 ‘만들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필요하다면 스타 과학자도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언론과 정부, 과학자들이 한마음이 돼 스타를 만들어낸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과학자가 되기를 꿈꾸고 수많은 대중스타 사이에 과학자의 이름이 끼어 있는 그날이 속히 오기를 바랄 뿐이다.

 <김병억 산업기술부 부장대우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