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과학의 달과 E.T.

 ◆<김정덕 과학재단 이사장 cdkim@koef.re.kr>

 세계 영화계의 귀재, 황재라 불리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지난 1982년에 만든 공상과학영화 E.T.(Extra-Terrestrial)가 탄생 20주년을 맞아 새롭게 단장해 전 세계 극장가에서 재개봉을 시작했다.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천문학적인 규모의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 것이 틀림없다. 수출 대상국 항만에 배로 나른 제품을 산 높이 쌓아 놓고 많은 이득도 없으면서 경계심만 불러일으키는 것에 비해서 단 한편의 영화로 각국의 돈을 긁어모으는 경제적 파괴력을 보고 있으면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며 찾는 이 영화는 영상분할, 3차원 입체영상과 같은 컴퓨터 그래픽 등 최첨단 과학적 기법과 정밀한 촬영장비, 도구가 총동원되어 우리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내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문화예술의 한 장르로서의 영화가 아니고 과학기술의 결정체임을 알 수 있다.

이는 곧 영화가 경제적 부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고 과학기술이 경제적 부를 거머쥐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던 것도 엉뚱하리 만큼 이상한 발상과 아이디어가 수용되는 사회교육적 환경과 이를 구현할 수 있는 뛰어난 과학기술력이 뒤에서 든든하게 버텨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편적인 한가지 사례만 봐도 과학기술이 경제를 이끌고 사회에 미치는 기여도나 중요성이 어느 정도 인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선·후진국의 차이는 결국 이러한 기여도나 중요성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고 또한 그에 걸맞은 평가가 되어지고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른 차이에서 온다.

그럼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영화를 막대한 돈을 들여 수입해 보면서 감탄만 하고 있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해본다. 어느 미래 학자의 예견으로는 앞으로의 세상은 지식과 기술 등을 생산하는 국가와 그것들을 사다 쓰는 국가로 양분화되며 거기에 따라 국가의 위상과 대외 경쟁력이 결정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쪽에 낄 것인가를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과학의달 4월을 맞았다. 과학 관련 행사가 풍성하게 열리고 있다. 물론 이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과학기술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