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선구자 짐 클라크는 지난 99년 자신이 세번째로 창업한 온라인 의료건강회사 헬시온을 소개하며 헬시온이 “단기간내 세계 최대 기업으로 성장하고 미국 의료산업을 평정할 것”이라고 호언했다. 하지만 넷스케이프를 창업해 인터넷 혁명에 공이 큰 클라크지만 인터넷을 통해 1조5000억달러 규모의 의료산업을 석권하려던 그의 원대한 계획은 한낱 꿈으로 끝났다.
헬시온의 후신인 웹MD는 아직 적자업체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클라크사단의 핵심 멤버로 고성능 컴퓨터 메이커 실리콘그래픽스와 헬시온에서 클라크와 같이 일한 키투 콜루리는 “우리는 순진하게도 단기간에 전체 판도를 바꿀 수 있으리라 믿었다”며 “하이테크 도입 속도가 빠른 다른 산업에서는 그게 가능했겠지만 의료산업은 달랐다”고 실패 심경을 토로했다. 콜루리는 현재 클라크와 다시 손을 잡고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있는 하이테크 업체 네오테리스의 최고경영자로 일하고 있다. 클라크는 이 회사의 대주주이자 회장이다.
클라크와 그의 헬시온 모험은 ‘사자의 포커’ 저자 마이클 루이스가 쓴 ‘새로운 것’에 잘 표현돼 있다. 클린턴 전 미 대통령 부인 힐러리 클린턴이 90년대 초 미국 의료제도를 개혁하려다가 장애물에 부닥친 것처럼 클라크도 완강하게 반항하는 의료계의 기득권 세력과 대결해야 했다.
클라크의 헬시온 모험이 실패로 끝났다해도 의료산업의 인터넷화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클라크의 처음 생각과 달리 아주 느리긴 하지만 의료산업의 모든 구석구석까지 인터넷이 어김없이 스며들고 있다.그룬탈사의 앤터니 벤데티 산업분석가는 “하루 밤 사이에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인터넷이 의료 관행을 바꾸는 데 최소한 5년은 걸릴 것”이라고 의료산업의 온라인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캘리포니아 의료재단 샘카프 CIO도 “인터넷이 제공하는 모든 혜택을 보려면 최소한 5년은 더 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캘리포니아 의료재단은 인터넷이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최신 정보를 의료기관에 무료 서비스하는 i헬드비트를 최근에 출범시켰다. 카프 CIO는 “인터넷 의료의 가능성은 아주 크며 단지 시간이 좀더 걸릴 뿐”이라고 해석했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