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반도체산업史

 ◆<홍성원 시스코코리아 회장 suhong@cisco.com>

81년 3월 전자산업 육성방안을 완성한 정부는 실천을 서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반도체산업의 육성은 기술 및 자본 집약적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투자액수가 엄청났다. 따라서 반도체 산업의 육성은 국가의 자원을 기획 분배하는 경제기획원과 당연히 충돌하게 된 것이다. 사실 이때 우리나라의 경제는 외채의 원리금 상환을 세계은행으로부터 돈을 꾸어서 해야 할 형편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산업에 투자는 커녕 과잉투자된 중화학공업의 구조를 조정하기에도 힘에 겨운 상황이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여 경제기획원의 지원을 얻지못하다 보니, 관계부처의 협조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반도체 사업은 허공으로 뜬 채 지지부진 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시동을 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침 그룹들 중에서 중동에서 건설사업으로 돈을 번 현대가 사업영역 확장의사를 정부에 타진중이었기 때문에, 정부는 이를 이용하기로 하고 현대에 반도체와 산업전자 분야의 투자를 허용하였던 것이다.

 그 뒤 이에 자극을 받은 삼성과 금성이 반도체 사업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는데 삼성은 메모리를 주 품목으로 정하고 매우 적극적이고 발 빠른 반응을 보인데 비해, 금성은 주문형 반도체를 주 품목으로 정하고 비교적 소극적으로 대응하였다.

 이와 같은 우여곡절 끝에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83년 3월 삼성이 반도체사업에 적극 진출할 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삼성의 생사가 걸린 투자를 시작함으로써, 84년10월에는 64KD램을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세번째로 생산함으로써 우리나라를 메모리 생산 및 수출국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후 반도체 공동개발은 계속되어 90년에는 16MD램, 92년에는 64MD램, 94년에는 256MD램을 개발해 냄으로써 84년 256KD램을 개발한 지 10년 만에 1000배의 집적도를 갖는 메모리 칩을 삼성이 세계에서 제일 먼저 개발한 것이다. 그리고 삼성이 64KD램을 생산한 지 18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반도체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