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한 (한국전기제품안전진흥원장) (mhk@esak.or.kr)
우리나라의 전기용품안전관리법에서는 172개의 강제안전인증의 대상이 되는 전기용품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가전제품은 대부분이 완제품이기 때문에 남녀노소 구별없이 전기제품에 대한 일정한 지식없이도 가정에서 혹은 사무실에서 수시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이러한 불특정다수의 사용자를 누전, 감전, 화재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구상에 우리나라와 유사한 법을 운영하고 있는 나라가 120개국이 넘는데 역시 전기제품의 사용자를 재해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주지하는 바다.
그 중에서 중소기업에서 주로 제조하여 판매하고 있는 홈오토메이션 기기의 일종인 비디오폰은 제품이 생산되어 출하되기 위해서는 3개의 각각 다른 현행 국내법에 의해 안전인증과 형식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러한 인증을 받기 위한 제품시험이나 절차과정이 거의 동일하거나 유사하여 제조업체로서는 3중으로 중복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인력·시간·비용의 낭비를 가져와 중소업체로서는 여간 불만이 아니다.
이와 같이 정부의 인·허가 제도가 중복적으로 운영되면서 영세 또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비디오 생산업체로서는 부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고 제한된 시장에서 원가상승 요인을 유발하여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비디오폰 제품은 방문객을 비디오폰으로 확인하고 통화한 다음 실내에서 현관문을 열어주는 것이 주 기능이며, 여기에 일반 전화기능과 화재나 가스탐지기능을 추가하는 추세다. 이를 통틀어 ‘홈오토메이션’이라고 일컫는다.
이처럼 간단한 제품에 대해 전기용품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전기용품 안전인증을 받아야 하고, 소방법에 따라 화재감지기능이 부착되어 있다 하여 소방용기기 형식승인과 검정을 취득하여야 된다고 규정했다. 여기에 한걸음 더 나아가 전기통신기본법에서는 일반전화기능이 추가되어 있다고 전화기 형식승인을 받아야만 판매가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으니 점입가경이다.
이처럼 인증을 함에 있어 화재와 감전 등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목적으로 하는 전기용품안전관리법에서는 안전사용을 위한 17개 시험항목을 현재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소방법에서는 가스감지 전달기능 1개 시험만을, 전기통신기본법에서는 전화기 관련 시험 8개 시험항목만을 실시해도 충분할 것이다.
같은 기기에 대하여 세번이나 중복해 시험을 실시하는 것은 불필요한 시간과 인력, 비용낭비를 초래하는 꼴이 된다. 국민의 안위와 재산을 지켜주기 위하여 안전한 전기제품인지 여부에 관한 인증은 필수적인 것이지만 이같이 3중으로 실시함은 정부부처의 이기주의로 인해 중소기업을 말살하려는 발상이 아니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안전인증수수료도 차이가 현격하다. 한번 시험에 전기용품안전관리법에서는 25만8400원, 전기통신기본법에서는 무려 188만600원을 징수하고 있으며, 소방법에서는 형식승인료 65만9000원과 함께 제품 출하시마다 검정수수료라는 명목으로 개당 1547원을 지불해야 한다. 이러한 3중의 비용을 부담하고도 지금까지 살아 남아있는 제조업체가 이상할 정도다. 이 검정수수료는 이 제품이 연평균 150만개의 생산량을 기준으로 계산할 때 국내에 있는 15여개의 중소기업이 23억원이라는 막대한 추가부담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엇비슷한 안전제도를 3중으로 실시해 시험을 거쳐야 하므로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여건의 중소기업으로서는 인력·시간·비용의 3중고의 과부담으로 제품개발은 커녕 국내외 경쟁력에 치명적인 저해요인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전근대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3중으로 실시하는 중복된 시험은 한번에 끝내도록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전화기능 또는 화재감식기능과 같이 기능이 추가된 제품은 그 추가된 기능만을 시험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과거 산업초기단계에서 실시하였던 형식승인 후에 또 다시 실시하는 전근대적인 검정제도를 과감히 폐지하여,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인증제도를 실효성있게 개선함으로써 터무니없이 늘어난 업체의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할 것이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