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한박자 쉬고

 ◆장혜정 이비젼 대표이사 momo@evision.co.kr

오랜만에 광화문에 나갔다.

광화문은 아직도 많은 이들의 학창시절의 추억이 있고, 나름대로 역사가 있는 음식점들이 당당하게 있는 곳이다. 54년부터 메밀을 했다는 한 음식점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무려 50년이나 되었단다. 모든 것이 천천히 돌아가는 필름처럼 여유있어 보인다. 아마도 손님들은 맛도 맛이지만 오랜 세월 속에 있는 자신들의 젊음과 추억의 맛을 먹는 것 같다. 이렇게 광화문의 추억은 늘 한 박자 쉬고 가는 맛이 난다.

 한 길을 그렇게 오랜 세월 간다는 것, 요즘처럼 너무도 바삐 살고 순발력이라는 이름하에 금방 변심하고 바꾸기 좋아하는 세상에서는 괜히 감동이 흐른다. 한가지 일을 오래 하면서 얻은 지식, 경험, 인내 이런 것들이 전문가를 만들고 장인정신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주에 한 기업에 갔다. 이것저것 현안으로 급하다고 한다. 경영진들은 어떻게 하면 문제를 빨리 해결할 수 있나 고민이었다. 그러나 이미 그 기업은 문제점도 충분히 알고 있었고 해결방안도 다 정리되어 있었다. 단지 그 해결방안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고, 사람은 있으되 열정이 없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이미 답을 다 알고 있는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것은 사람들이 열정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급했던 과거’가 있었고 , 급했기 때문에 누군가가 한 ‘거짓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은 경영진들이 어떤 말을 한다 해도 아무도 믿지 않으며, 사연이야 어떻든 사람들에게 다시 하는 거짓말은 무시 정도가 아니라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기업들이 현안을 풀려면 할 수 없다. 아무리 현안이 급하고 바쁘더라도 서로에게 진심으로 반성의 말을 하고 그 말을 들어 주는 ‘한 박자 쉬고 가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마치 그런 여유가 시간낭비처럼 보일지 몰라도 알고 보면 더 빨리 정확히 현안을 풀어주는 지름길을 찾게 해줄 것이다. ‘한 박자 쉬고’ 가는 틈 속에서야 비로소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해답들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