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하나를 둔 한 가정의 가장이다. 예전 아이들은 넓다란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놀았지만 요즘아이들은 좁디 좁은 컴퓨터 모니터 안에서 붙어살다시피 한다. 그만큼 아이들에게도 컴퓨터가 생필품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평소 아들의 컴퓨터 사용을 어느 범위까지 허용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을 해왔다. 첨단 정보화시대를 맞아 자녀가 능숙하게 컴퓨터를 다루고 디지털 문화에 대해 자연스럽게 적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것은 이상일 뿐이라는 생각에서다. 가느다란 통신선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는 아직 옳고 그른 것에 대한 판단이 어려운 어린이들에게는 너무나 무차별적이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보고 듣지 말아야할 것을 접함으로써 받는 상처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로 표현되지 않을 만큼 중대한 문제다.
최근 경찰이 유명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의 대표들을 입건했다고 한다. 남녀 성인 기구나 콘텐츠를 여과없이 소개하거나 신분확인 절차없이 콘텐츠를 팔았다는 혐의다. 일부 포털사이트의 이같은 사례에 약간의 근심을 갖고 있던 차에 이 소식은 아주 반가운 소리로 들린다. 상업적인 성공에만 몰두해 대상을 가리지 않는 서비스업체들에 경종을 울리는 일이라 생각된다.
포털사이트는 인터넷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수적인 관문이다. 유명한 사이트 소개는 물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직접 검색에 어려움이 있을 때 자주 포털사이트를 찾게 된다. 포털사이트가 수백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초기 인터넷 도입기에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남녀노소 누구나 포털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수익성을 이유로 일부 포털사이트들은 일부 콘텐츠를 유료화하거나 성인물을 도입해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물론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고 수익이 전혀없는 상황에서 사이트를 운영해야하는 포털업체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 수단이 성인 콘텐츠의 제공이라고 해도 사실 나무랄 근거는 미약하다. 인터넷 콘텐츠에서 가장 인기있는 분야 중의 하나가 성인물이고 이미 성문화가 개방추세에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란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심없이 운동장을 뛰어다닐 어린이들에게까지 무작위로 음란메일을 보내는 일부 콘텐츠업체들의 몰염치는 극에 달하고 있다. 한창 호기심 많고 감수성 예민한 어린이나 청소년층에게는 특별한 수단이 강구돼야할 것이다. 특히 맛뵈기식의 섬네일조차 없애고 성인인증을 받은 어른들만이 별도로 접속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를 해야할 것이다.
이치현 서울시 영등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