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거품이 사라지면서 소매 금융 서비스 업체들은 닷컴기업들의 위협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며 안심하고 있다. 지불시스템 업체부터 인터넷 전문벤처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야에서 위협이 끝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전통적인 소매 금융 서비스 업체들은 시장점유율이나 재무성과 측면에서 보면 큰 상처를 입지 않았다. 새로운 인터넷 채널과 시도들이 비즈니스 방식을 변화시키긴 했지만 소매 금융 서비스의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그대로 유지됐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인 서비스 업체들은 브랜드 인지도와 소비자의 신뢰라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사안일주의가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전통 업체들 대부분은 고객중심 개념을 바탕으로 한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고도의 포화상태에 도달한 산업에서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과 경쟁업체에만 초점을 맞춘 전략이 적합하지만 앞으로 있을 금융업계 환경변화에 대처하는 데는 좋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전자신문사와 세계적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공동으로 기획한 EC커런트 이번 주 주제는 ‘미래 소매 금융 서비스 성공조건’에 대한 것이다. 가트너는 향후 진행될 시나리오들을 제시하면서 인습에 얽매이지 않은 새로운 시도와 함께 고객 및 시장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할 것을 업계에 주문한다.
현실에서 전통적인 소매 금융 서비스 업체들은 다양한 각도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 새로운 업체들의 등장으로 시장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경쟁은 소매업체, 자동차 제조업체, 소프트웨어 벤더 및 통신서비스 업체 등 각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또 틈새시장을 겨냥한 경쟁업체들도 서비스 분야를 넓혀나가고 있다. 소비자의 요구도 업체들에는 경쟁 압력으로 다가오고 있으며 이 밖에 회사 내부는 물론 기업간 및 전체 업계에서 낭비요인을 줄이기 위한 방법들이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다. 이런 변화로 인해 고객들의 기대치가 높아질 뿐 아니라 물리적 금융공급망 통합과 같은 새로운 작업이 요구된다.
기업 경영자들은 이에 대해 몇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 활용할 수 있다. 시나리오는 금융 서비스 업체들의 전략적 사고를 위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이는 결국 업계에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도록 해준다.
시나리오에 앞서 이를 바탕으로 한 계획은 다음과 같은 전제 하에 진행돼야 한다. 계획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수행되고 인습과 전통을 떠나 소매 금융 업계 전체 포괄하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계획은 또 프로세스 운영, 인프라, 기술 및 리소스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기술적·경제적 환경을 파악하는 능력을 갖고 업계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업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살펴보자. 최근 들어 클라이언트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이는 권한 부여와 강화에 대한 인식의 보급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 모순된 것처럼 들리겠지만 인간의 고립 가능성과 함께 가상 공동체 구성에 대한 잠재적 합의도 늘어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최근 들어 컴퓨터 장비들의 보급이 늘고 있지만 통신 인프라는 아직 표준화되지 못했다. 또 네트워크는 지역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표준이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문제가 많다. 전체적으로 업계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경제적 환경을 보면 기업들의 인수·합병 활동이 조직적 성장에 비해 우선시되고 있다. 비용관리 담당인력은 남아돌지만 대기업에 잔뜩 있는 비숙련 근로자들을 빼놓고는 기술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새로운 거래 매체는 전세계적인 고액 인출 상황을 유발하며 정부정책에 영향을 준다.
이 밖에 세계경제는 중진국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화석연료에서부터 통신 주파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이 부족해질 전망이며 심지어 테러와 같은 정치적 요인까지도 업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미래는 수요 및 혁신에 좌우된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소매 금융 서비스 업체들의 성공 가능성은 결국 이같은 내용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공급 및 수요 사이의 상호작용은 소매 금융 서비스 산업을 위한 미래의 시나리오를 개발·이해하기 위한 궁극적인 툴이 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금융 서비스 업체들은 어떤 전략을 짜야 성공할 수 있을까. 업체들은 자문·정보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변화의 시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신뢰도 저하를 줄여나갈 수 있다. 특히 의사 결정용 툴을 고객이 통제할 수 있을 경우 더욱 그럴 전망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살펴보자.
첫번째는 ‘문 앞의 야만인(Barbarians at the Gate)’이라는 시나리오로 소비자의 혁신에 대한 수요가 공급자의 혁신 및 업계 재정립을 앞서가는 경우를 지칭한다. 이럴 경우 급속한 거품 형성과 거품 붕괴 사이클로 인해 경제적 동요에 대한 예측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금리가 심하게 출렁인다. 특히 사회와 개인들을 지배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전통적인 기관들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크게 훼손된다. 정부기관 역시 소비자의 공격 대상으로서 좀 더 경쟁이 심한 거래환경을 만들어 공급자 선택의 여지를 넓히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 업체들은 이미 증명된 방법들을 고수하고 보상이 크지만 위험도도 큰 혁신은 포기해야 한다. 소매 금융 서비스 업체들은 대중을 상대로 한 마케팅과 가격인하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투자 집단의 까다로운 검사에서 살아남는 길을 선택한다.
금융 서비스 업체들은 BOB(Best of Breed) 제품을 원하는 구매자들을 겨냥한 준비를 해야 한다. 대리 공급자나 에이전트와의 협력에 저항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보호주의는 기업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다.
이 시나리오 하에서 성공적인 업체들은 자문·정보 서비스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격동의 시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면 신뢰도 저하도 줄일 수 있다. 특히 의사 결정용 툴을 고객이 통제할 수 있게 할 경우 더욱 그러하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꿈의 구장(Field of Dreams)’이라는 것으로 소비자의 수요가 혁신 및 업계 정의를 좌우하는 경우다.
이런 상황에서는 첫째 세계경제와 국제무역이 활기를 띠면서 모든 분야에서 미래에 대한 확신과 혁신이 촉진된다. 둘째 전세계의 사회적 분위기는 유동적이고 젊고 상호 연계돼 있다. 셋째 기술발전과 비용감소가 혁신적 기술의 도입을 가속화시키며(특히 보안, 프라이버시 및 신뢰성과 같은 영역) 업계와 개인들 모두 개선된 기술을 받아들인다. 넷째 협업상거래, 버추얼 조직, 아웃소싱 및 e비즈니스 특성을 갖고 있는 상당한 변화는 다른 업계로 전파된다.
이 경우 소매 금융 서비스 업체들은 미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스타일은 합의와 협업을 중요시하게 되고 계급적이거나 틀에 박힌 기업문화는 유동적인 금융업계에서 성공에 필요한 인력들을 포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세번째 시나리오는 일명 ‘우리 마을(Our Town)’로 소비자와 금융 서비스 업체들이 현실에 만족해 하는 세계를 지칭한다.
이 시나리오를 현실화시키 위해서는 세계화에 대한 반동과 지역 중시 및 충성도의 부활, 인구 증가(본래의 인구 증가와 이민을 통한 증가)는 사회적·경제적 인프라의 과부하를 유도한다. 다세대 가정은 스스로 모든 일을 처리하는 자세를 강요하기 마련이다. 상품 및 서비스가 존재하기 힘들어진다.
기술의 지나친 대중화에 따른 문제(예를 들면 천재지변에 의한 작동 중단 및 오류, 보안 침해)로 인해 매우 보수적이며 의심이 많고 기본을 중시하는 문화가 형성된다. 편지쓰기·독서·음악기기가 비디오게임·웹서핑·DVD·전자우편을 대체한다. 사회생활이 보다 중요해지고 이혼율은 급강하한다.
이럴 경우 소매 금융 서비스 업체들은 △운영 프로세스 효율의 지속적 개선 △셀프서비스보다는 고객과의 일대일 거래 증가에 대처할 수 있는 응급대책 능력 △고객관련지식 및 고객관계관리를 구현하기 위한 능력 등을 키워야 한다.
네번째 시나리오는 ‘고도를 기다리며(Waiting for Godot)’로 금융 서비스 업체가 시장점유율 증가를 목표로 혁신 및 비적극적인 소비자들에 대한 업계 재정립을 추진한다.
이 때는 경기 급상승이 한계에 부딪힌다. 어떤 분야에서도 경제회복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엄청난 재고로 인해 기술분야에서는 특히 협상을 통해 가격이 결정된다.
또 세계화, 자본주의 및 물질주의에 대한 심각한 사회적 반동이 발생한다. 이러한 반동은 기본적인 풀 뿌리 라이프스타일로의 복귀를 통해 명백히 드러난다.
이 시나리오에서 소매 금융 서비스 업체들은 첫째 성공을 위해선 금융관리 및 서비스 제공 문제를 해결할 합리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략에는 만일의 변화에 대비한 응급대책도 포함되어야 한다. 둘째 업체들은 소규모의 투자 및 혁신 계획을 세우고 이러한 혁신과 투자가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자주 평가해야 한다. 반발에 대비한 응급대책을 세우고 개인서비스에 대해선 요금을 추가해야 한다. 셋째 현실을 직시하면서 미래를 준비한다.
결국 가장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는 소비자의 수요가 혁신과 업계를 이끌어나가는 환경이 될 것이 분명하다. 혁신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는 다른 업계의 영향에 의해 촉진되며 강력한 경제와 국제무역은 업종간의 신뢰와 혁신을 뒷받침한다. 이로 인한 기술진보와 비용감소는 기술도입과 수요를 폭발시킨다. 성공적인 소매 금융 서비스 업체들은 협업상거래, 아웃소싱 및 e비즈를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현재 힘을 얻고 있는 절약 추세는 단기간에 끝날 전망이다. 지난 90년대의 막대한 투자에 비한 실망스런 결과, 세계경제 침체, 불확실성 만연 등이 지난해와 올해 업계 혁신과 수요를 억제하고 있다. 기존 고객층만으로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다른 업종들이 금융 서비스 분야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심한 금융 서비스 시장에서의 차별화를 추진할 것이다.
소매 금융 서비스 업체들은 앞으로 기회, 위험 및 대안 평가를 도울 수 있는 보조수단으로 본 시나리오를 활용할 수 있다. 전략 수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변수들을 파악·추적·측정하고 가장 영향이 큰 요소들에 초점을 계속 맞추면서도 외부 변화요인들과 전략조정 필요성과 관련된 상호작용에 항상 개방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또 인습에 얽매이지 않은 경쟁업체와 새로운 시도에 나서야 한다. 경쟁업체에 대해 이해하고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하며 다른 업종 특히 소비자 및 소기업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업종들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객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시장점유율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무엇인지 연구해야 한다. 시장과 시장에서의 입지를 파악하기 위한 강력한 측정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탁월한 분석자료는 변화를 조기 감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