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방송위가 해야할 일

 

 방송행정을 총괄하고 있는 방송위원회의 역할을 놓고 관련업계가 곱지 않은 시선을 내비치고 있다.

 지상파 낮방송, 편성비율 정책 등 방송위가 최근 내놓은 일련의 정책이 도화선이 됐다. ‘공보처나 문화관광부 등 과거 정부가 직접 정책을 총괄했던 시점만도 못하다’는 혹평까지 방송업계 인사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방송산업 종사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방송 전담의 합의제 행정총괄기구로 출범했던 2000년 이전 상황과는 딴판이다. 방송위의 역할에 대한 최근의 불평은 방송의 인프라를 담당하는 산업파트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지난 8일 방송위가 내놓은 ‘2002년 방송프로그램 편성비율’ 정책은 기본적으로 산업적 문제가 간과된 정책이다. 예를들어 지상파방송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산업과 독립제작사업계의 불평은 방송위의 인식 한계를 잘 드러내고 있다.

 애니메이션업계는 “지상파방송이 방송법의 허점을 악용해 절대 방영량을 줄이고 있으니 단순히 전체 애니메이션 방송시간 중 몇 %를 국산으로 채워야 한다는 조항보다는 절대방영시간제를 도입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방송위는 과거처럼 45%라고만 했다.

 애니메이션이 중요하고 이를 산업화해야한다는 정부차원의 목소리는 거창했으나 정작 방송위는 업계의 요구를 제도적으로 수용해주지 못했다.

 독립제작사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독립제작사의 주된 관심은 지상파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체결하고 있는 계약내용의 개선에 모아져 있었지 단지 몇 %를 독립제작사들에 주어야한다는 조항에는 관심이 없었다.

 방송위가 내놓은 2002년 방송프로그램 편성비율 정책은 기본적으로 산업문제가 간과됐고 도외시됐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시적이긴 하지만 지상파 낮방송 허용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PP들은 벌써부터 지상파 낮방송으로부터 파생될 시청률 및 광고 독과점 심화현상을 놓고 고민에 들어갔다.

 다매체·다채널방송 정책에서의 균형있는 산업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특히 시청자 복지도 중요하지만 매체정책을 통한 산업활성화 정책 역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문화산업부·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