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통신시장 `긴급점검`>(4)브로드밴드화

  

 일본 통신시장에 경쟁 개념이 도입된 것은 지난 85년이다. 이로 인해 서비스 요금이 내리고 서비스 내용이 다양해지면서 시장이 성장하게 됐다. 이로부터 10여년이 지나면서 일본 통신부문은 제2의 도약기를 맞이했다. 일본 정부와 민간기업들이 기술혁신과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브로드밴드화’를 적극 추진, 통신 시장은 다시 한번 비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일본 통신시장에서 브로드밴드화가 주목받게 된 기술적 배경은 네트워크의 발달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일본에서는 통합 네트워크 구축 바람이 불면서 네트워크와 서비스간 ‘일대일 관계’가 깨졌다. 전화서비스는 공중전화망을 통해서, 방송서비스는 방송망으로만 가능했던 기존 개념에서 벗어나 모든 접속망이 다양한 백본망에 접속할 수 있게 됐다. 개개의 서비스 제공으로 특화됐던 네트워크 개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통합 네트워크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시장에서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여러 형태의 액세스망이 등장하면서 브로드밴드화는 한층 더 촉진됐다.

 현재 일본에서는 다양한 초고속 인터넷 접속망이 개발, 보급되고 있다. 디지털 가입자회선(DSL)·케이블·가입자계 무선망(FWA, Fixed Wireless Access)·FTTH·IMT2000 등이 대표적이다. 당분간은 DSL이 초고속 인터넷 접속망의 주류를 이루겠지만 내년부터는 광파이버 서비스가 보급되기 시작해 오는 2005년 말에는 DSL과 자리를 바꾸면서 광파이버가 브로드밴드 접속망의 축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이용 가구 수도 올해 말 917만, 내년 말 1513만, 2005년 말 1977만에 달하면서 이 가운데 광파이버를 이용한 서비스 가입 가구는 2005년도에 773만 가구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브로드밴드 시대를 맞아 일본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분야는 정보가전이다. 초고속 네트워크를 이용한 ‘거주문화의 정보화’가 이뤄지고 있다. 각종 주거설비(전등·에어컨 등)의 제어, TV회의, 헬스케어 기능이 가능한 정보가전 제품들이 속속 개발돼 보급중이다.

 이같은 시대적 변화를 가속화시키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전략이 마련됐다. 지난해 1월 발표된 이른바 ‘e재팬(e-Japan)’전략이다.

 일본 정부 산하 IT전략본부는 이를 위해 △초고속 네트워크 기반정비 및 경쟁정책 △전자상거래와 새로운 환경정비 △전자정부 실현 △인재육성 강화 등 4가지 중점 정책을 채택했다. 이 가운데 초고속 네트워크 기반정비는 경쟁 및 시장원리 아래 5년내에 초고속 접속(30∼100Mbps)이 가능한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망을 정비, 국민들이 이것을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원활히 추진하기 위한 IT기본법인 ‘고도 정보통신네트워크 사회형성 기본법’이 2001년 3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시장에서도 다양한 사업기회가 창출되고 있다. 대표적인 형태로 ‘수직통합형’을 들 수 있다. 통신사업자가 네트워크 분야에서 플랫폼 또는 콘텐츠 분야로, 반대로 콘텐츠 기업이 플랫폼이나 네트워크 분야에 진출해 수익증대를 위한 사업기회를 확대하는 사례들이 종종 발표되고 있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로는 NTT의 자회사를 통한 사업다각화를 들 수 있고 후자로는 야후재팬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형태로는 ‘협동형’을 들 수 있다. 이는 몇개의 기업들이 경영자원을 토대로 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델은 앞으로 다수 출현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시장경쟁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전망이다.

 일본의 브로드밴드화는 초기 단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창출을 위한 성장단계에 진입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 파급효과가 통신분야뿐 아니라 물류·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현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사업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