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치판 같은 SI업계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은 각종 프로젝트가 발주되면 대부분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다.

 원활한 사업수행을 위해 각자가 가진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이른바 ‘드림팀’을 구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컨소시엄이 사업수주만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 기능적인 측면보다는 정치적인 논리에 입각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이다.

 업체의 이해관계가 얽혀 치열한 눈치작전이 벌어지다 보니 제안서 마감에 임박해서야 컨소시엄이 구성되는 경우도 많다.

 최상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기획단계부터 힘을 합쳐 함께 논의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마감에 임박해서야 컨소시엄이 구성되기 때문에 제안서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정보통신부에서 발주한 한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사업에서는 제안서 마감일 새벽이 되어서야 대형 SI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수백여 쪽에 이르는 제안서를 부랴부랴 뜯어고쳤다고 한다. SI업계 관계자들은 사업수주에 기술력 외에 영업력이나 로비력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점에 관계없이 전략적인 컨소시엄 구성은 불가피하다고 항변한다.

 제안서 마감을 앞둔 한 업체 관계자는 “사업수행에는 큰 도움을 주지 않는 특정업체의 합류가 수주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되면 막판에 참여시킬 수도 있다”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방식이 결국엔 사업의 질을 떨어뜨리고 업체의 수익성도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업체들은 기술적인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발주처 역시 사업자 선정시 기술력에 기반을 둔 사업수행능력 외에 다른 요소는 철저히 배제해야 할 것이다.

 SI산업은 정치판이 아니다. 사업수주만을 위해 서로 맞지도 않는 상대와 손을 잡는 것에 익숙해진다면 SI산업의 발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