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터넷 변환기술의 개가

우리가 국책과제로 개발한 차세대 인터넷 핵심기술이 세계 각국이 사용하는 국제표준으로 처음 채택됐다고 한다. 우리 기술의 국제표준 채택은 세계 각국이 IPv6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확정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하겠다. 

 이번 일을 시발점으로 삼아 첨단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우리나라가 차세대 인터넷 분야 세계 강국으로 부상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번에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기술은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와 아이투소프트가 정보통신부 국책과제로 개발한 ‘IPv4/IPv6 변환기술’ 등 2건이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54차 인터넷국제표준화기구(IETF) 회의에서 실무 워킹그룹인 NGTrans(Next Generation Transition)의 차세대 인터넷 표준안(RFC)으로 확정, 통과됐고 이달중 국제표준으로 공식 고식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기술은 통신이 불가능한 기존 인터넷망인 IPv4망과 차세대 인터넷 프로토콜인 IPv6망을 연결하는 핵심이라고 한다.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우리의 연구진이 거둔 값진 성과이며 인터넷 강국의 면모를 세계에 과시한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지난 93년 ‘인터넷 메시지를 위한 한글문자 인코딩 분야’에서 IETF의 국제표준(RFC1557)으로 채택된 적이 있으나, 세계 각국이 사용하는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의 경제 강대국들은 지금 기술표준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자국이 개발한 기술이 세계표준이 되면 그 분야에서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한마디로 그 분야의 세계시장 흐름을 주도할 수 있다. 

 반면 세계 기술표준을 주도하는 대열에서 탈락하면 비즈니스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 특히 기술표준에서 낙오되면 그동안 투입한 기술개발비를 날릴 수도 있다.  

 인터넷 분야는 우리가 강국에 속한다. 세계 최고의 초고속망을 구축했고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가 2500만명을 넘어섰다. 초고속망 가입가구는 800만에 달한다. 교육 정보화 인프라도 우수하다. 우리가 개발한 인터넷 핵심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것은 우리 미래를 밝게 하는 청신호다.  

 지금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나라일수록 기술표준에서도 우월적 위치에 있다.  

 긍극적으로 기술표준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국가경제 성장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이 자국기술을 국제표준으로 반영하기 위해 다툼을 벌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경제적으로 이익창출 효과가 엄청나다.   

 단적인 예로 55개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반영된 우리는 DVD플레이어에 적용되는 MPEG2 기술료로 지난해까지 1800만달러의 기술료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기술 없는 나라의 미래는 어둡다. 우리는 무선 인터넷 분야와 숫자 도메인 분야 등에서 기대하는 만큼의 성가를 거둬야 한다. 이번 인터넷 변환기술의 국제표준은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확고한 비전 아래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더 많은 우리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현덕위원 hd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