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정보통신 남북협력의 길

 ◆이상산 KISTI 슈퍼컴퓨팅센터장

  

 현 정부는 북한을 국제 무대로 끌어내기 위해 ‘햇볕정책’을 추진해왔으며 여러 의견과 이견이 개진되고 있는 등 현대사에서 한반도가 이념문제로 분단된 이래 가장 활발한 접촉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남북 관계 및 교류와 관련된 의견의 주류는 필요성 여부를 논하는 단계를 이미 넘어섰으며 시기·방법 및 규모의 적정성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통일은 분명 우리 민족의 문제다. 그러나 그 영향력이 세계적이기 때문에 통일문제에 접근하는 우리의 시각도 세계적이 될 수밖에 없다. 민족 내부의 문제기 때문에 민족의 결정이 최우선시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추진과정에서 세계 각국의 역학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 이래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우리의 남북관계가 이와 같은 인식을 뒷받침한다.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중국 단둥에서 남북협력 정보기술업체인 하나프로그람센터의 경영책임을 맡아 지난 6개월간 현지에서 근무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느낀 여러 생각과 견해를 나누는 것이 IT 분야를 비롯한 남북협력에 있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이 있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쓴다.

 민족의 통일은 비정상적으로 분열돼 있던 혈연과 문화공동체의 회복이라는 면에 더해 우리 민족의 생존을 위해 필연적으로 성취해야 할 목표다. 이는 양체제간 적대적인 대결과 무의미한 경쟁에 민족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을 종식해야 하기 때문이며, 세계 시장 가운데 던져진 우리 민족이 생존하기 위한 생산 및 소비공동체의 대형화가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에게 바람직한 통일은 급작스런 물리적인 형태가 아니라 상호교류를 기반으로 한 이해와 협력을 통해 상호번영의 과정을 거쳐 이뤄지는 것이어야 한다. 이 면에 있어서 북한이 최근 ‘정보기술 기반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국가 재건 프로그램을 국가적인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남북협력의 핵심부문에 IT가 설 수 있다. 남북협력을 통해 북측은 자본 유치 및 신산업기반 구축이 가능해질 것이며 남측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있는 일부 북측 기술의 즉각적 활용이라는 면과 활용 가능한 정보기술 분야 인력의 확대라는 상생의 결실을 맺을 것이 기대된다.

 IT 분야에서 남북협력은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먼저 장기적인 교류와 협력을 위해 남과 북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이질화된 용어 및 기술규격에 대한 비교와 장기적인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 부문에서는 이미 방대한 용어사전을 완성하고 있는 북측의 정보를 남측에서 활용할 수 있는 협력사업을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남과 북이 국내 또는 제3국에서 기술전시 및 교류를 정기적으로 또는 일상적으로 갖는 통로를 개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남북의 기술자들이 자유로운 왕래와 교신이 어려운 상황에서 상대의 기술력에 대한 정보수집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양자간 협력에 의해 남북간 기술정보 교환과 기술거래소를 사이버세계에 구축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북측도 정보기술 분야의 협력을 통해 신기술 분야에 진출하고 수익을 창출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일회적으로 전시적인 협력을 추진하는 것보다는 신뢰에 기반하고 장기적인 협력 대상으로 상대를 인식하고 공정한 경제적인 대가를 지불하는 실질적인 협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남측도 북측도 자신과 상대에 대한 냉철하고 객관적인 검증과 평가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양체제 모두에 유익한 장기적이고 자연스러운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IT를 통한 민족의 동질화가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