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통신시장 `긴급점검`>(6)파격가 인터넷폰 서비스 `봇물`

지난해 4월 일본에서는 퓨전커뮤니케이션스라는 업체가 IP(Internet Protocol) 중계전화 서비스를 개시했다. 일본에서 인터넷전화가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퓨전커뮤니케이션스는 제1종 전기통신사업자 면허를 얻어 일본 전역을 연결하는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3분당 20엔에 제공했다. 거리에 따라 가격을 매기는 기존 전화사업자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파격적인 가격이었다. 품질도 일반전화와 거의 차이가 없어 퓨전커뮤니케이션스 서비스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서비스 개시 8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계약건수 100만건을 돌파, 인터넷전화 서비스의 잠재 사업성을 확인시킨 계기가 됐다.

 지난해 11월 야후BB의 인터넷전화 서비스도 일반인의 관심을 끌었다. 야후BB의 ‘BB폰’ 서비스는 올 봄 서비스 예정으로 일본 전역 및 미국을 연결하는 통화가 3분에 7.5엔으로 책정됐다. 바야흐로 새로운 통신서비스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계기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터넷전화 서비스시장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크게 늘고 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자는 NTT-ME를 비롯한 4개 사업자, 개인용 사업자는 야후를 중심으로 한 11개가 있다.

 최근 들어 인터넷전화 서비스 사업자가 급증하게 된 배경으로는 통신환경의 브로드밴드화를 들 수 있다. 인터넷전화에 대한 기존의 인식은 브로드밴드 확산으로 많이 불식됐다.

 브로드밴드의 기반이 되는 일본의 디지털가입자회선(DSL) 보급상황을 살펴 보자. DSL 가입자 수는 지난해 3월 7만655명이었으나 올해 2월 말에는 207만6302명으로 1년만에 30배 정도 증가했다. 이는 월평균 30만명씩 증가하는 것으로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경우 일본의 통신환경은 선진국보다 빠르게 초고속망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브로드밴드화 환경속에서 인터넷전화는 다음과 같은 강점을 가지며 변화됐다.

 첫째, 음질이 크게 향상됐다. 기존의 저속 인터넷 회선으로는 음성대역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어 음질면에서 기존 전화에 비해 매우 떨어졌다. 하지만 브로드밴드 회선으로 전환됨에 따라 대역에 여유가 생겨 음성전송이 용이해졌고 이로 인해 음성품질이 크게 개선됐다.

 둘째는 요금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게 됐다. 일반적으로 인터넷전화의 요금체계는 거리에 의존하지 않는다. 즉, 거리와는 관계없이 저렴한 요금 책정이 가능하다. 따라서 거리가 멀면 멀수록 일반전화와 비교해 강점이 발생하고 이용률 역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물론 이로 인해 기존 시외 및 국제전화 사업자는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초고속망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가입자에게 회선 이용료로서 월정액을 징수하기 때문에 인터넷전화 서비스는 부가서비스로서 값싸게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셋째, 트래픽 구조가 변화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일본에서는 데이터트래픽이 음성트래픽을 넘어섰다. 음성트래픽은 거의 늘지 않으나 데이터트랙픽은 상당히 빠르게 증가, 내년에는 거의 4배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로 인해 데이터용 네트워크에서 음성전송이 가능해져 음성전송 비용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야후의 BB폰이다.

 한편 인터넷전화 서비스의 확산으로 기존 전화회사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전화 해약이 늘어나 기본료 수입이 감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법인용의 경우 일반전화 기본료가 초고속망 이용 월정액보다 비싸 당분간은 양쪽을 겸용하는 형태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착신이 가능해지고 휴대폰으로 발신도 가능해지면 인터넷전화 가입자는 더욱 빠르게 증가해 새로운 형태의 통신시장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일반전화와 휴대전화 서비스가 경쟁구조였으나 앞으로는 여기에다 인터넷전화 서비스가 추가돼 서비스지역에 있어 국가라는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개념의 경쟁원리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일본 야후BB가 인터넷전화에 대한 소비사들의 호응에 힘입어 파격적인 요금으로 가입자를 모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