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침묵인가.’
퀄컴이 최근 삼성전자의 넥시오 리콜로 불거진 cdma 2000 1x 칩세트 MSM5100과 MSM5105의 결함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 외에는 입을 닫고 있어 그 배경에 대해 말들이 많다.
본사에서 함구령이 내려왔는지 고객이든 기자든 이 문제에 대해 질문이나 항의를 하면 “일부 모델에서 오류가 발생해 고객사들과 협의 아래 이를 수정했고 현재 공급되고 있는 제품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회사를 책임지고 있는 대표나 고객지원을 직접 담당하는 기술자들도 마찬가지다. 경미한 문제인데다 다끝난 일을 가지고 왜 그러느냐는 식이다.
물론 퀄컴의 주장대로 오류가 모두 수정됐고 고객들과 협의가 끝난 일이어서 이제는 괜찮다고 치자.
그러나 칩의 결함으로 인해 삼성전자가 전략적으로 내놓은 넥시오를 리콜하는 등 남의 얼굴에 먹칠(?)을 했고 이들 칩을 탑재한 이동전화단말기제조업체나 PDA업체들이 ‘추후에라도 결함이 발견돼 수출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무관심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또 퀄컴이 주장하듯 그들의 고객인 시스템업체들과 얘기가 마무리됐다 하더라도 그 제품을 사용하는 최종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안에 대해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반도체 특성상 시제품을 내놓고 상당기간 고객과 품질인증 작업을 거치면서 함께 오류를 수정하는 과정이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양산용 제품이 공급된 후 발생한 문제에 대해 공급자가 책임을 지지 않고 이를 인지하지 못한 고객에게 전가한다면 누가 부품 공급업체를 믿고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가져갈 수 있겠는가.
우선 덮어두자는 식의 미봉책은 결국 곪아터진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막게 된다.
퀄컴의 주장대로 진정 한국을 CDMA분야의 동반자로 생각한다면 또 세계를 대표하는 통신반도체기업이라면 이번 사건을 투명하게 밝히고 명확하게 마무리지어야 할 것이다.
<산업기술부·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