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무선데이터통신 상호접속 기준을 제정하면서 무선인터넷플랫폼 표준규격 채택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정통부는 기간통신사업자들의 망 접속에 관한 기준인 무선데이터통신 상호접속 기준 중 통신 프로토콜에 대한 사항에 ‘이동전화단말기에 탑재되는 무선인터넷플랫폼은 반드시 표준규격을 따라야 한다’는 조항을 담을 계획이다. 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이 얼마전에 확정한 무선인터넷플랫폼 표준규격 ‘위피(WIPI)’를 국가표준으로 삼아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정통부가 이처럼 위피를 국가표준으로 의무화하려는 것은 무선인터넷 사용자들의 상호접속과 호환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세계 무선플랫폼시장을 주도하려는 미국 퀄컴과 MS 등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국가표준이 절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 주도로 지난해 9월부터 100억여원을 투입, 무선인터넷플랫폼 표준규격을 만들고 플랫폼을 개발해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김흥남 박사는 “무선인터넷플랫폼시장을 해외업체가 장악할 경우 막대한 로열티 부담과 기술종속이 우려될 뿐 아니라 사용자 정보유출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나라의 무선인터넷시장이 다른 어느 국가보다 앞서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더 국가표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이동통신 3사가 표준플랫폼 공동채택을 통해 국내시장을 방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진출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콘텐츠개발업체들도 무선인터넷플랫폼 표준규격의 의무채택으로 국내시장에서 중복 개발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이동통신사업자와 무선인터넷플랫폼 개발업체들은 이같은 의무화가 시장논리를 거스른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으며 특히 일본과 유럽에서의 무선인터넷 관련 표준화 시도가 성공하지 못한 것을 근거로 실패할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무선인터넷플랫폼 개발업체의 한 관계자는 정통부의 이러한 방침에 대해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는 무선인터넷 시장에서 시장논리와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사실상의 표준(디팩토스탠터드)’이 정해지는 것이 정상적인데 이같은 표준규격 의무화는 규제나 마찬가지”라며 “과연 우리나라 정보통신 발전에 기여하는 것인지 의문이 간다”고 지적했다.
이동통신업체의 한 관계자는 “무선인터넷플랫폼이 무선인터넷서비스의 질을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이같은 표준규격 의무화는 서비스를 차별화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출시시기로 차별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는 “지난해 일본과 유럽에서도 정부 주도로 비슷한 표준화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는 점을 들어 표준규격 의무화에 우려를 표시했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